[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성과주의를 강하게 도입 할 것을 시사했다.
이 회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성과급을 일방적으로 반대하다가 전 조직이 하향 평준화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산업은행처럼 역량이 있는 직원이 많은 곳은 자기 성과에 대해 정당한 보상 받는 것도 좋은 상황이 아니겠는가. 우려되는 부분은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다만 평가시스템을 어떻게 가져 갈지를 보고 성과급 확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데드라인을 정해 기업에 끌려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논의와 존중도 좋지만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판단이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 기업들의 자구노력도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면서 "구조조정이 너무 느슨하게, 혹은 당사자들과의 대화를 존중한 나머지 시간을 끌어 실기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상선 구조조정과 관련, 그는 이해당사자들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했다. 현대상선의 가장 큰 문제를 2007~2008년에 맺은 고가의 용선계약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용선료 계약 상대방이 용선료를 인하하고, 선박금융과 공모채 채권단이 채무재조정에 나서는 등 이해당사자들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현대상선의 부채가 4조8000억원이고 올해부터 매년 1조원의 상환부담이 있는만큼,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어려워진다. 현대상선이 (이해당사자들과) 목숨건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16개의 비금융자회사 매각을 위한 출자관리 위원회(가칭)도 이달 말 발족한다. 부행장 3명과 사외이사1명 등 4명의 산은 관계자와 5명의 외부인사로 꾸려진 위원회를 만들어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공표한 자회사 매각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계회이다. 아울러 작년 매각 당시 유찰됐던 산은캐피탈은 1분기 중 재매각을 시도한다.
수출입은행에 약 5000억원 규모로 단행하기로 한 증자와 관련해서도 "무난히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의 BIS비율이 14.78%로, 수은에 증자를 해도 0.04%포인트 떨어지는 수준에 그쳐 증자에는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강점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우조선을 볼 때 도저히 회생 불가능하다고 비관적으로 보면 시장와 해외수주처로부터 신뢰를 상실한다"며 "강점을 살려 정상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가선다면 최선의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소개한 대우조선의 강점은 첨단기술선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극한의 온도를 견디는 LNG운반선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절반을 넘는다. 방산부문의 강점을 강조하며 3000톤급 잠수함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군수보급선은 영국, 노르웨이 해군이 대우조선에 주문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해군이 생기고 선박을 해외에 발주한 것은 대우조선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회장은 재임 중 글로벌 사업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국제 거래에서 중국이 거의 완승을 하고 있는데, 이 저변에는 파이낸싱이 있다"며 "수은, 무역보험공사, 국민연금 등 글로벌 담당자들과 같이 의견을 나눠 해외 프로젝트 승자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산은이 지난해 12억달러였던 글로벌 프로젝트 금융지원 규모를 올해 17억달러로 40%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일각에서 재기된 '보은인사' 논란과 관련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40년 금융인생 중 32년을 은행에서 근무했고 여신전문 캐피탈 회사, 자본시장에서도 종사하는 등 보은이라고 하기엔 거리가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며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보은인사를 하기엔 이 자리의 무게가 너무 무겁지 않나 싶다. 보은 인사인지 여부는 1, 2년 뒤 여러분이 판단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지난 4일 금융위원회의 임명제청으로 산은 회장에 내정돼 오는 2019년 2월까지의 임기로 지난 12일 취임했다. 이 회장은 대구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70년 한일은행에 입행했다. 1987년 신한은행으로 옮긴 뒤 신한캐피탈, 신한금융투자 사장ㆍ부회장, 영남대 특임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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