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그룹의 사업재편 작업이 9부 능선을 넘으면서 '이재용의 삼성'의 마지막 조각들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한 신규 순환출자고리 해소,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급한 불은 모두 껐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 3000억원을 투입했다.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았을 뿐 아니라 그룹 지배력까지 높였다.
한숨을 돌린 이재용 부회장은 다음달부터 '군살빼기'에 속도를 올리면서 사업재편의 종착역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방위산업과 화학계열사 매각,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굵직한 사안은 이미 해결이 된 만큼 비주력 또는 실적 부진 계열사들의 사업 축소나 매각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삼성그룹은 광고 담당 계열사인 제일기획을 정리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제일기획은 광고 물량 중 65를 삼성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제일기획의 운명은 삼성과 함께 유지될 것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장기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전담 광고계열사를 두는 것을 재고해봐야 한다는 것이 삼성그룹의 생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제일기획 인수를 시도하는 퍼블리시스가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실제 매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룹에서 매각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S(IT서비스)와 에스원(보안)의 향방도 눈길을 끈다. 계열사들의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게 이재용 부회장의 속내인 만큼 이들 계열사들의 매각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주력 계열사들도 어려운데다 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광고, 보안 등 서비스사업을 전담해서 맡기는 것이 안이하다고 보는 것이 내부 시각"이라며 "경쟁입찰을 통해 필요한 사업을 외주로 맡기는 것이 경비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공업ㆍ건설부문의 정리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지만 유상증자에 성공했고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부문 부실을 털고 재도약의 고삐를 다잡았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양사의 체력을 키운 뒤 다시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건설부문은 수시로 부실을 털어내고 있다. 희망퇴직과 구조조정은 수시로 이뤄지고 있으며 저가 수주 문제도 해소해하고 있다. 금융계열사의 경우 중간금융지주법 향방에 따라 상황에 맞게 사업을 재편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와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의 최대주주로 오르면서 금융지주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작업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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