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능 일부 서울 이전 방침
대우건설 위치한 을지트윈타워 유력
시장 위축, 인구 감소, 미분양 등 총체적 난국
호반·우미 이어 중흥까지 서울로…막 내리는 '광주 시대'
광주광역시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중흥건설이 '탈(脫)광주' 수순에 들어갔다. 호남에 뿌리내렸던 주요 건설사 중 사실상 마지막까지 버텼던 중흥마저 '지방 손절'에 돌입한 것이다. 주택 수요 붕괴와 미분양 누적, 과도한 공공기여 부담이 겹치며 광주를 근거지로 한 대형 건설사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최근 수주·개발·기획 등 핵심 기능을 서울로 이전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목상 본사는 광주에 두되, 실제 의사결정과 사업의 중심축은 수도권으로 옮기는 구조다. 서울 사무소로는 중흥건설그룹의 계열사 대우건설이 위치한 을지트윈타워가 거론된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일부 기능이 내년 서울로 이동한다는 계획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세부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광주 주택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 인구는 올해 139만 명대로 내려앉으며 21년 만에 140만 선이 무너졌다. 인구 감소율은 전국 최고 수준인데, 가구 수 증가율은 최하위권이다. 수요 기반이 무너지자 미분양이 급증했다. 2021년 27가구에 불과했던 광주 미분양은 1431가구(10월 기준)로 불어났다.
1조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챔피언스시티'의 착공·분양이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으로 연기된 것도 이런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챔피언스시티는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에 아파트 4315가구와 상업시설, 호텔, 공원 등을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컨소시엄을 꾸려 시공권을 확보했던 포스코이앤씨와 대우건설이 잇따라 사업에서 철수해 현재는 시공사 공백 상태다.
광주시의 과도한 공공기여(기부채납) 요구를 '탈광주' 배경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광주시가 그간 대형 개발 사업에서 요구한 기부채납 규모는 누적 1조 원대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챔피언스시티 사업의 경우 기부채납 예정 규모만 약 5900억원으로, 사업자가 부지를 매입한 금액(6850억 원)에 육박한다. 신세계백화점 확장 사업 역시 도로 변경을 조건으로 수백억 원대 기부채납 규모를 놓고 이견이 발생하는 등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중흥건설에 앞서 호남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형 건설사 상당수가 이미 본사를 옮겼거나, 본사 기능을 수도권으로 옮겼다. 호반건설을 비롯한 호반그룹과 우미건설, 금호건설 등 '호남계 5대 건설사' 중 3곳의 본사가 서울에 위치해 있다. 제일건설의 경우 본사는 아직 광주에 있지만, 동작구에 서울 지사를 두고 사업 개발, 분양, 마케팅, 수도권 프로젝트 관리 및 금융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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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흥마저 서울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광주 본사는 향후 '서류상 주소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대형 건설사와 비교해 자금력과 브랜드에서 밀리는 중견 건설사가 서울로 옮긴다고 상황이 크게 나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에 남는 것보다는 무조건 낫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에선 치여 죽을 수 있지만, 광주에선 굶어 죽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수도권의 소규모 정비사업과 민참사업(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등을 발판 삼아 실적 제고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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