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지난해 1200조원을 돌파했다.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대출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급격한 부채 증가는 가계의 원리금 부담을 키워 소비를 더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부채의 질적 양적 관리 못지않게 가계의 소비여력을 키울 소득증대 대책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가계신용 잔액(잠정치)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1207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한 해 동안 늘어난 액수(121조7000억원)와 증가율(11.2%) 역시 사상 최대였다.
가계빚이 이처럼 급속하게 늘어난 것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저금리, 전세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무엇보다 걱정스런 것은 소득증가율을 월등히 앞서는 부채증가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평균 2%에 그쳤다. 2014년에도 가계 평균소득은 3.4% 증가했으나 가계부채는 6.5% 늘어났다.
급증하는 부채로 가계의 소비지출 여력이 갈수록 줄어 내수침체의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5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계는 세금, 건강보험료 등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의 25%를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부채가 소비지출 감소와 내수침체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증거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관리에 나서며 은행들은 이달부터 주택담보대출 소득 심사를 강화한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수도권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 처방은 될 수 없다. 이미 중산층까지 은행 빚에 눌리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풍선효과로 취약계층은 제도권을 벗어나 비싼 금리로 빚을 내게 될 가능성도 크다. 한은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메르스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6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가계 소비여력이 바닥났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낮은 연체율 등을 근거로 "가계 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소득의 4분의 1을 빚갚는 데 쏟아 붓고 있는 가계의 절박한 사정을 외면한 무책임한 자세다. 가계부채가 지닌 위험성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타격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해법을 추구해야 마땅하다. 가계부채의 질과 양을 개선하는 것은 기본이다.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득 증대라는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오늘로 집권 4년차에 들어서는 박근혜정부가 경제정책의 중심을 성장률에서 고용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런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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