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아재개그' 전성시대다. 과거 '썰렁유머'라고 지탄받았던 언어유희가 각종 미디어를 통해 각광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상 속 아재들도 부쩍 고무된 분위기다. 농담에 익숙하지 않았던 부장이 슬쩍 말장난을 건네고 차장, 과장, 대리들은 직급과 연차에 걸맞게 반응을 보인다. 부장은 유머감각이 여전하다고 자족하고, 직원들도 최신 트렌드인 아재개그에 웃었으니 상사 눈치를 본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사무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입사원 김씨는 아재개그가 재미없다. 방송에서도 아재개그가 나올라치면 채널을 돌리기 일쑤다. 그런데 직장에서 고스란히 아재개그에 노출되니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곤혹스럽다. 계속 접하면 중독성이 있다고 하니 견뎌 보고 있는데 들어보면 뭐가 재미있는지 어리벙벙하다.
좌우명이 '역지사지'인 김씨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직접 부장에게 아재개그를 던져보기로 했다. 부장도 온종일 아재개그를 들으면 어떨지 한 번 당해보라는 당돌한 속내도 있었다. 신입사원과 부장의 가상 대화를 통해 최근 유행하는 아재개그를 정리해봤다.
부장 : 좋은 아침, 일찍 출근했네?
사원 : 일찍 잤습니다. 제가 나이에 맞지 않게 '이미자' 노래를 좋아해 9시에 이미 자고 있었습니다.
부장 : (당황했지만)나는 노'사연'을 좋아하는데, 스캔들이 없어 깨끗한 이미지잖아.
사원 : 저에게 이미지 좋은 가수는 배'철수'입니다. 그래서 어부 일 하셨던 아버지랑 많이 싸웠습니다.
부장 : 아, '배' 철수… 우리 할머니도 어촌에 살며 배가 여러 척 있으셨는데 제일 좋아하시는 배는 '할배'였지… 참 사이가 돈독하셨어.
사원 : 저희 할아버지도 '돈독'이 올라 늘 할'머니'만 찾으셨습니다. '머니머니' 해도 할머니라며...또 아버지도 늘 삶의 터전인 '앞바다'보다 중요한 것은 '엄마다'라고 하셨죠.
부장 : 자네 유머 감각이 상당하군. 어디서 개인지도라도 받았나?
사원 : 어떻게 아셨어요? 저희 집 반려견이 알려줬습니다. '개'인지도.
부장 : 흠, 자네 유명한 개를 키우는 모양이군. 개가 '인지도'가 높다니.
사원 : 네, 한 때 최지우가 키우던 개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지우개'입니다.
부장 : 개랑 살았으니 혹시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개'살구'?
사원 : 아닙니다. 저는 웃는 느낌이 좋아서 '풋'사과를 잘 먹습니다. 풋~
부장 : 그렇군. 나는 사과를 먹을 때 한 입 베어 물고 '파인애플'로 즐긴다네.
사원 : 그래도 요즘처럼 추운 서울 날씨에는 뜨거운 '천도'복숭아가 제격이죠.
부장 : 서울이 춥다고 하는 걸 보니 혹시 서울'시립대' 출신인가?
사원 : 아닙니다. 저는 노래를 잘 하고 싶어 '성대'를 갔습니다.
부장 : 흠, 난 둘리를 좋아해서 '빙하타고'를 다녔지. 쌍문동에 있네.
사원 : 재밌는 학창시절을 보내셨겠습니다. 전 '로딩중'을 다녀서 학교생활이 꽤 지루했습니다.
부장 : …
사원 : 그래도 초등학교 때는 바빴습니다. '일분일초'를 나와서
부장 : …일 합시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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