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섹스와 친일에 대한 중국인의 생각

시계아이콘02분 55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빈섬의 '알바시네' - '색계' 다시 보기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영화 '색,계(2007)'는 우리 말로 풀면 '욕망(Lust)과 조심(Caution)' 쯤 될까. 모든 사랑은 사실, 이 두 가지가 늘 따라다녀야 하는 것일지 모른다. 중국영화인 만큼 옛 '미인계(美人計)'를 염두에 뒀을 것이다. 스파이로 활약하는 미인에 대해 느끼는, 남성들의 양립된 감정이 바로 '색'과 '계'이리라. '색'은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움이고, '계'는 안에 감춰진 무시무시한 계략이다. 그런데 곰곰이 들여다 보면 우리가 생각해온 것들의 껍질과 그 실체를 질문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친일은 악이다' 그리고 '전략적인 섹스는 사랑이 아니다'. 과연 그런가?



섹스와 친일에 대한 중국인의 생각
AD


* 친일(親日)과 항일에 대한 낯선 관점



이 영화가 우리의 살갗으로 스며드는 이유는 같은 역사적 경험을 우리도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대장은, 이완용과 박제순, 이지용 등의 을사오적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고관이 아니더라도 동네마다 권력에 영혼을 팔아 제 동족을 괴롭히는 일에 앞장섰던 사람들의 기억은 친일(親日)이라는 말만 나와도 경끼를 하게 만드는 그림자를 남겼다. 1942년 일제 강점하의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항일단체는 그래서 우리에게 일정한 유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들이 증오하는 1차 대상은 항거할 수 없을 만큼 큰 권력인 일본인들이 아니라, 그 일본인들에게 빌붙어 권세와 영화를 누리는 중국인들이란 점은 곱씹을 만하다. 일본군보다 더 미운 친일파.

이 문제는 이 땅에서 일어난 숱한 친일 논란들의 ‘비이성적인 관점들’과 관련이 있다. 가해자를 증오하는 것보다, 가해자에게 굴복하고 그 권력에 빌붙은 동족에 더 분개하는 일은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정상적인 판단일 수는 없다. 일본인보다 더 치사하고 악랄하게 동족을 괴롭힌 친일 앞잡이가 있었을 것이고, 그들이 우선 지탄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력의 열세로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 끓어오르는 증오를 직접적인 원인제공자에게 퍼붓지 못하고, ‘비굴한 동족’에게만 퍼붓는 현상은, 판단의 형평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섹스와 친일에 대한 중국인의 생각



이 영화의 핵심 모티프도 거기에서 나온다. 친일파 이대장은, 중국인들이 증오하는 대상이다. 1945년 일본 천황이 무조건 항복을 하기 3년전의 상하이는, 한반도의 경성(京城)과 분위기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말기에 이른 전쟁에 광분한 일본과, 그것에 충성하는 친일파들. 왕치아즈가 자기의 몸까지 내주며 이대장을 죽이고자 하는 것은, 중국인들의 ‘증오’의 화살끝에 서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곰곰이 뜯어보면, 항일단체에 대해 이안감독이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저항군의 하부조직원들이 모두 죽어도 '짱'은 살아남는다. 그에게 조직원들은 그저 자신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소모품처럼 보인다. 그리고 조직원들 또한 자신의 의기(義氣)를 보여주려는 충동은 있지만, 목적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관성적 행동에 가까워보인다. 또 민족의 반역자인 이대장에게도 감독은 적의의 시선 만을 보내지 않는다. 일본에 대한 은밀한 저항감이 이대장의 입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냉혈한의 가슴 속에 일어난 사랑을 조명하기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두 진영(친일 정부와 항일 조직원)은 모두 자기의 배역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색(色)은 그 배역을 허물어뜨리는 힘이며, 계(戒)는 그런 힘에 대한 비상등을 켜는 일이다. ‘친일’ 문제에 대해, 일정한 평정심을 유지하는 영화의 ‘기분’은, 우리로선 조금 놀랍다.


섹스와 친일에 대한 중국인의 생각



* 최악의 섹스와 최고의 사랑


섹스에 대해, 누구나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잘 모를 것이 그것이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언제는, 조물주의 인류 유지 계획에 반강제적으로 참여하도록 고안된 석연찮은 프로젝트로 이해하기도 했고, 어떤 때는, 고독한 존재와 고독한 존재가 드디어 그 고립을 뛰쳐나와 관계의 틈새를 최소화하여 낙원을 만들어내는 지혜로 이해하기도 했지만, 모두 불완전한 설명이었다. 섹스는, 여성에게는 금지와 유혹, 그리고 남성에게는 공격과 굴종의 뫼비우스의 띠로 이루어져있다는 보들리야르의 통찰은 매력적이다. 영화 ‘색계’는 섹스에 관한 개론을 환기시켜준다.


섹스는 자아를 위해서 살도록 되어있는 인간이, 타인과 관계하는 일로써 즐거움을 얻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그 즐거움이 자아 내부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급진적이고 혁신적인 즐거움이라는 게 문제다. 타인을 향한 욕망, 혹은 즐거움은 ‘사랑’이라는 광범위하고도 모호한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섹스를 가리거나 미화하기 위해 탄생한 말이기에, ‘내숭’을 완전히 벗을 순 없다. ‘사랑한다’와 ‘섹스한다’를 같은 말로 놓는 일이 꺼려지는 건 그런 까닭도 있다. 사랑이 없는 섹스와 섹스가 없는 사랑은 천지 차이지만 ‘섹스’에 대한 위선적 경멸 때문에, 후자가 더 아름다운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색계’의 이안 감독은 섹스와 사랑 사이에 인간들이 쳐놓은 가식적인 칸막이를 걷어치운 공로가 있다. 정보부 대장 ‘이’(양조위)와 그를 유혹하여 암살하려는 ‘왕치아즈’(탕웨이) 사이의 섹스를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난 뒤 ‘이’와 ‘왕치아즈’ 사이에서 생겨난 기묘한 감정들을 사랑이라고 말하는 일에 주저할 사람도 없지 않을까 한다. 저 기계적이고 전략적인 섹스에서도 사랑이 피어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섹스를 최악으로 활용한 두 사람을 아주 쉽게 용서하게 만든다. 사랑은 왜 인간의 판단을 흐물흐물하게 할까.


‘이’대장의 마음의 문은 안으로 잠겨있었다. 그걸 밖에서 열 순 없게 되어있다. 이대장이 직접 문고리를 잡아야만 열 수 있다. 왕치아즈는 섹스를 통해 이 남자의 마음의 문을 열었다. 방심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불안한 생존 환경 속에서 의심과 경계를 체질화한 이대장이 왕치아즈에게 문을 연 것은, 그녀의 섹스에서 진정한 감정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섹스 속에서 사랑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사랑은 불안하고 고독하고 지친 영혼을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여자를 묶어야 섹스를 할 수 있었던 이대장의 극도의 방어기제는, 온몸으로 느껴지는 섹스의 진정한 위안에 조금씩 풀려버린다. 왕치아즈의 입장에서 보면, 연기(演技)하듯 섹스를 시작했지만, 저 의심많은 사람을 믿게 하기 위해선 그 또한 진정한 섹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역설이 우선 그의 자물쇠를 풀긴 했지만 그런 가운데 스스로의 자물쇠까지 열어버렸다. 사랑은 거짓을 녹여버린다. 우리가 감동하는 지점은 저 어디쯤 있는 것이리라.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 25.12.3118:01
    양기대 "경기도 대중교통 무료화하겠다"
    양기대 "경기도 대중교통 무료화하겠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양기대 전 국회의원(12월 31일)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의 마지막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12월 18일 경기도지사 민주당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분이죠. 재선 광명시장을 지내고 국회의원을 지낸 양기대 전 의원님 어서 오세요.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양기대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