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가성비 따지는 합리적 소비 트렌드
유니클로, 스타일난다, 젠틀몬스터 등 SPA·길거리 브랜드 고공성장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오랜 기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패션업계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따지는 합리적 소비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대다수 패션업체가 매출 부진을 겪는 가운데 유행을 빨리 반영하고 가격이 저렴한 제조·유통 일괄화(SPA)·길거리 브랜드의 성장이 눈부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백화점 여성의류 매출의 1%도 안되던 SPA·길거리 브랜드 매출 비중은 지난해 약 10%까지 올라왔다.
15일 패션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표적인 SPA 브랜드 유니클로를 국내에서 판매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8월 회계연도마감(2014.9.1~2015.8.31) 기준 매출액 1조 1170억원, 영업이익 1564억원, 순이익 1194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25%, 45%, 47% 늘어난 규모다. 유니클로는 2009년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12년 5000억원을 돌파했다. 3년 만에 다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토종 SPA 브랜드인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와 이랜드그룹의 스파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2012년 2월 출시 첫해 전국 13개 매장에서 매출 600억원을 기록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매출이 늘어, 2013년 1300억원, 2014년 1500억원을 달성했다. 매장은 30개로 늘었다. 2009년 론칭한 스파오는 국내 매장 수를 72개까지 늘렸다. 올해는 국내 매장 20개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SPA 브랜드와 함께 길거리 브랜드도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길거리 브랜드는 대기업이나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상표가 아닌 온라인 쇼핑몰이나 보세처럼 소규모 자본을 통해 탄생한 중저가 의류 상표를 통칭하는 용어다. 국내 여성의류 브랜드 스타일난다와 패션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 등이 대표적이다.
2004년 10~20대 여성을 겨냥한 온라인 쇼핑몰로 출발한 스타일난다는 백화점, 면세점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인기를 끌며 매출액 1000억원을 이미 돌파했다. 2012년 9월 롯데 본점 영플라자에 첫 매장을 열었고, 잠실점, 건대스타시티점, 부산본점 등 롯데백화점 7개 점포에 추가로 매장을 열었다. 영플라자 매장은 월평균 매출 9억원 이상을 올리며 영플라자 내 효자 매장으로 자리 잡았다.
젠틀몬스터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극중 배우 전지현이 썼던 선글라스 브랜드로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서만 월평균 10억원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1년 4월에 론칭한 뒤 국내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현재 30개국 450여개 매장에 진출했다.
패션업계 불황에도 SPA ·길거리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행을 빨리 반영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공통점이 작용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지갑 열기를 꺼리는 소비자들이 브랜드 파워보다 실속을 중시한 결과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리뷰 사이트와 쇼핑 애플리케이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제품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라며 "브랜드만 보고 구매 결정을 내리던 과거와 달리 가성비가 떨어지는 제품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