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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실패하는 여자의 11가지 특징

빈섬의 '이러쿵저러쿵'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세상의 많은 말들은 소음이다. 특히 인간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원칙을 정하는 자의 말은 거의 대부분 듣지 않아도 되는 소리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은, 읽지 않아도 좋다. 프랑스의 시인 로트레아몽의 어법대로 말하면, “독자여, 이쯤에서 돌아가도 좋다.”


하지만 연애는 앞에선 잘 안보인다. 열정의 숲 속에서도 잘 안보인다. 사랑하는 일의 진상을 파악하기 좋은 자리는, 뒤쪽에 있는 듯 하다. 격정의 시절을 통과하고 난 다음, 다른 사람의 연애의, 혹은 자신의 지난 연애의, 뒤통수를 바라볼 때 그때 연애는 선명해진다. 대개 그때쯤 무릎을 치며 탄식하지만, 하느님은 똑똑해진 인간에게 사랑을 보내주지 않는다. 설령 사랑을 보내준다 하더라도 그때는 다시 바보가 될테니 결과는 똑같다.

연애에 몰입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솔직히 인간의 역량이 아니다. 하느님의 권역이다. 사랑해야지, 라고 벼르고 있다가 사랑에 빠지는 자가 있다면, 그게 어디 사랑이겠는가. 연애는 종기처럼 돋아난다. 태어나지 말아야 할 그 자리에 연애는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다. 이 문제를 따지는 일은 별 보람이 없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겨난 연애를 잘 건사하고 애지중지 보듬어 키우는 일이다. 연애의 태생 문제에 집착하다가, 인간은 자주 그 행복과 기적을 놓친다. 마인드 유어 오운 비즈니스. 연애를 잘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 잇츠 아우어 오운 비즈니스다.


연애에 실패하는 남자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그것에 필패하는 여자에 대해서도 똑같이 할 말이 많다. 남자인 필자가 어떻게 여자의 연애를 논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리라. 내가 그동안 연애에서 내 간과 허파와 쓸개를 숯덩이로 만들며 배운 것이라고. 여자들의 연애 방식은, 거대한 낭비이며 놀라운 헛다리 짚기라고. 물론, 그 이야기를 ‘여자가 보는 남자’로 바꿔도 하나 틀림이 없으리라. 어쨌든 간다. 많기도 하지, 연애가 잘 풀리지 않는 여자들의 11가지 특징.

첫째, 연패녀(戀敗女)들은 연애가 소통이라는 걸 자주 까먹는다. 소통이란 쉽게 말하면 대화다. 대화는 혼자 말하면 절대 안된다. 내가 말하면 상대방이 말해야 한다. 내가 많은 말을 하고 싶다고 해서 나 혼자 계속 말하면 안된다. 그러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 대화가 되지 않으면 감정의 진전이 없다. 내가 혼자 지껄이고 있는 동안, 상대방은 슬그머니 내가 지겨워진다. 소통의 핵심은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확인이다. 내가 무엇인가를 보낸 다음 상대방이 피드백을 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일단 멈추는 게 좋다. 기다리는 일이 초조하고 불안하다 하더라도, 그냥 ‘고’하는 것 보다는 덜 위험하다.


둘째, 연패녀들은 자신을 드라마 속에 집어넣는다. 드라마처럼 사랑하고 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행동한다. 놀랍게도 이별조차도 드라마의 끝장면처럼 생각한다. 드라마는 진짜 사랑이 아니다. 그 친구들은 알다시피 배우이며 탤런트일 뿐이다. 그들은 사랑이 깨지고 난 뒤에 돌아가서 진짜 사랑을 한다. 그러나 연패녀들의 연애드라마는 깨지고 나면, 인생을 종치는 경우다. 드라마는 인간이 꿈꿀 수 있는 환상을 골격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환상에는 책임도 없고 뒤탈도 비교적 없다. 드라마처럼 멋진 사랑을 꿈꾸는 건 자유이지만, 현실의 남자에게 그걸 원하는 건, 늘 비극을 부른다. 드라마의 환상은 사랑의 기분을 돋우는 애피타이저로 족하다. 드라마의 줄거리에 자신을 밀어넣는 건 문제다.


셋째, 연패녀들은 사랑을 철학이라 생각한다. 사랑하는 자에게 무슨 철학이 있는가. 사랑은 이성적 분별의 행위가 아니라 짐승의 순정한 욕망에 가깝다. 짐승을 너무 무서워하거나 짐승을 너무 저열한 것으로 생각하면, 짐승과 사랑할 수도 없고 사랑하는 짐승이 될 수도 없다. 남자는 늑대이며 자신은 여우라는 사실을 곧잘 잊는다. 여자는 양이 아니라 여우인 게 훨씬 적당하다. 여자는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착하고 약한 동물이 아니라, 늑대가 입을 벌리고 달려들 때 그 가슴을 열어 심장을 훔쳐먹는 동물이다. 사랑을 예찬하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사랑을 박제하는 건 금물이다. 사랑을 신뢰하는 건 좋지만, 사랑이 밤새도록 끝내 아무 일 없을 거라고 믿는 건 금물이다. 유혹을 위한 내숭이야 백번 필요하지만 그 내숭이 지나쳐서 위선이 되는 건 좋지 않다. 사랑을 숭배하려다 정작 그걸 나눠야할 남자를 견공(犬公)으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


넷째, 연패녀들은 사랑을 진실이라 생각한다. '사랑은 오직 진실'이라는 말은 얼마나 멋진가. 그러나 사랑이 지닌 모순과 갈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사랑은 오직 죄책감일 뿐이다. 생각해보면, 어떻게 천사와 같은 사람과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가족보다도 친밀한 연인끼리 서로를 탐하는 그런 행위를 할 수 있겠는가. 사랑은 위선이다. 위선의 다채로운 빛깔과 위악의 충동들과, 헛된 흥분과 쓸쓸한 후회가 버무려져야, 한 자락의 사랑이 나온다. 사랑에게 진실을 묻는 건, 전략상으로 훌륭하지만 지나치게 묻는 건, 사랑의 수명을 단축하는 행위다. 사랑은 속아주는 게임이다. 소설과도 같이 그 내용 전부에 기꺼이 속아줌으로써, 그 안에서 진실을 발견하는 행위다. 베개 밑 청문회에 맛들여, 정작 나눠야할 기쁨을 날려버리지 않는 게 좋다.


다섯째, 연패녀들은 사랑을 부적이라고 생각한다. 한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 전혀 다른 여자가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 여자에게 눈 먼 사람이라면 어떻게 다른 사람이 보일 수 있겠느냐고, 그렇다면 그건 사랑도 아니라고, 그렇게 힘주어 말한다. 하지만 곰곰이 돌이켜 자신을 생각해보라. 지금 사랑 중인 것과는 상관없이, 세상의 많은 남녀의 매력은 발산되며 그것은 남녀의 감관에 접수되기 마련이다. 사랑은 사랑을 말릴 수 없다. 사랑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의 사랑이 비교우위를 지니도록 바라는 것일 뿐이다. 상대를 믿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의 사랑을 점검하는 일이다. 상대가 배신을 때릴 때 분노하고 절망하고 욕을 퍼붓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내 사랑이 결코 부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다. 의무감에서 그를 돌아오게 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랑의 기억과 매력이 그를 자발적으로 돌아오게 하는 일이다.


연애에 실패하는 여자의 11가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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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 연패녀들은 자신의 눈물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눈물은 아름답다. 그 눈물에는 욕망과 유혹이 숨어있다. 그러나 많은 눈물은 아름답기보다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의 값어치를 떨어뜨린다. 눈물은 삶을 싸구려로 만든다. 눈물을 흘리는 자의 슬픔은, 그 슬픔으로 마음을 돌려야할 사람의 마음을 저만치 더 달아나게 만든다. 그런데도 그녀는 자신의 눈물이 이미 떠난 마음을 체포해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시절 흘렸던 눈물의 힘이, 지금도 여전한 약발을 지니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는 일보다 훨씬 힘있는 것은 차분하고 설득력있는 말일지 모른다. 그저 포옹 한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던 시절의 문법을 그대로 써선 안된다. 대화가 더 요긴한 시절에, 엉엉 울어 말문이 막히게 하는 건 연애 필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일곱째, 연패녀는 귀는 예민해지고 입은 한없이 둔해진다. 상대방이 뭐라고 말하면 일희일비하고 자신은 상대를 행복하게 할 말을 고를 줄 모른다. 예민한 귀로 무엇인가를 듣거나 듣지 못한 뒤에, 입으로 그 기분을 표현하기에 바쁘다. 사실은 자신의 귀가 예민해지고 입이 둔해진 것을, 상대가 변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던’ 시절엔 그렇지 않았는데 이제 권태를 느끼니 달라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 내 귀에 들려오는 좋지않은 말이, 실은 내가 쏘아붙였던 그 말의 대답이란 걸 잊어버린다. 그리고 당신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차라리 솔직하게 헤어지자고 말하라고 소리친다.


여덟째, 마음이 다급해진 연패녀는, 상대의 마음을 붙잡는 일을 잊어버리고, 상대의 몸을 붙잡는다. 문제의 근원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없이 당장 떠나는 그를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행동을 제지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납게 뿌리치는 그를 보면서 엉엉 운다. 저렇게 잔인하고 야멸찬 행동을 하다니, 천벌을 받을 거야, 라고 생각한다.


아홉째, 연패녀는 함께 하는 사랑에서 시작해서 혼자 하는 사랑으로 끝난다. 좋을 때 남자는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했다. 그런데 이제 내가 재미없어지니 야속하게도 떠난다. 나는 여전히 사랑하는데, 사내의 변심 때문에 이 사랑이 깨졌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구효서가 말했듯 사랑은 함수 관계같은 것일 경우가 많다. 사랑의 내부, 남자와 여자의 관계 속에는 어떤 공기가 있다. 공기의 흐름이 사랑의 양상을 만들어낸다. 자신은 여전히 사랑하지만 저쪽에서 문제가 있어 헤어진다는 피해의식을 과장함으로써, 자신의 사랑의 이데아가 훼손되지 않도록 애 쓴다. 사랑하는 상대가 개판이라면, 거기에 가담한 자신 또한 개판의 일부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세상의 남자들 때문에, 지고지순의 사랑이 불가능하다면 도대체 누구하고 사랑을 한단 말인가.


열 번째, 연패녀들은 남강여약(男强女弱)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랑을 할 때, 남자는 힘이 세고 여자는 울보인가. 사랑은 남자가 일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여자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일 리도 없다. 남자가 사랑해주고 여자는 사랑을 받는 것도 아니다. 정확하게 사랑하는 남녀는 요철(凹凸)이다. 남자가 강할 때는 여자가 부드러워지고 여자가 강할 때 남자는 부드러워진다. 서로 협조하고 상생하는, 상대가 있는 놀이이다. 남자가 무서운 것도 안되지만, 남자를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일도 문제다. 남자와 여자는 리듬이며 춤이다. 한 사람이 애쓴다고 결코 잘 출 수도 없고 춤을 완성할 수도 없다.


열 한번째, 연패녀는 자신의 사랑 실패의 경험이 사랑의 전부로 생각한다. 남자들은 다 그래,라고 잘라 말한다. 자신이 사랑을 더 이상 못하는 이유가, 이전의 남자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들에게 대한 지나친 불신과 지나친 공포감, 그리고 지나친 폄하로 벽을 치지만,정작 자신의 내면에서는 갈망이 돋아오른다. 억압과 충동 사이에서 조울증이 생겨난다. 너무 높이 쳐놓은 벽은 부실해서 쉽게 허물어지고, 원하지도 않는 상대에게 내부를 내준다. 사랑의 실패담은 어쩌면 존재를 키우는 모유(母乳)같은 것이다. 그걸 지혜로 만들려면 허심탄회하게 실패 속에 깃든 자신의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자신을 정당화하고 사랑을 얕잡는데 그 값비싼 경험을 쓰는 일은 참 안됐다. 내가 보기에는, 사랑은, 해본 사람이 훨씬 잘 할 수 있다. 어디 여자만 그렇겠는가.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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