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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르에 1억 구걸' 사회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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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유재석과 만수르가 가장 부럽다."

jtbc 예능프로 '아는형님'에서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를 공개했다. 개그맨 유재석에 대한 인기는 오케이. 수긍이 간다. 그런데 아랍인 만수르는? 아이들이 그를 부러워하는 이유는 '돈이 많으니까'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富)에 대한 동경은 자연스런 것이지만, 그들에게 물어본 다른 질문들과 함께 엮어서 생각해보면, 어른이 되는 것이 몹시 두렵고 불안하며 미래가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만수르를 향한 동경은 개운치 않다. 돈에 대한 강박이 어린 시절부터 만만찮은 무게로 이 사회를 누르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십대 초중반인 중학생들의 생각을 소개하는 '동심만만'리포트가, 그야 말로 '돈'심만만임을 보여주는 저 대답들을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 석연찮다.


'만수르에 1억 구걸' 사회의 아이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만수르 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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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한민국에 뿌리까지 흔드는 신드롬을 일으킨 이 남자에 대해 좀 알아보자. 셰이크 만수르(1970년생)는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의 왕족으로 초대 대통령의 아들이며 현직 대통령의 동생이다. 그는 2009년 이후 부총리직을 맡고 있으며 경매시행체 회장, 국제석유투자회사 사장, 대통령비서실장 등 직함이 많다.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의 소유자이며 독일 벤츠사의 최대주주이며 영국의 두번째 큰 은행인 바클레이 캐피탈(Barclays Capital)의 최대주주이다. 축구를 좋아해 맨체스터시티 FC의 구단주를 맡았다.


셰이크는 '족장'이란 뜻이며 만수르는 '승리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의 개인재산은 30조원에 이르고 가문인 아부다비 왕가가 보유한 재산은 6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부인은 2명이 있고 아부다비공주가 첫 부인이고 둘째부인은 두바이부통령의 딸이다. 청소년들이 그의 부유함을 부러워하는 것은 아라비안나이트에 매료되는 것과도 같은 동화적인 동경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야 말로 '흙수저 금수저'사회에서 슈퍼금수저에 대한 신화가 성장기부터 골수에 배어들고 있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무서운 일이다.


한편 만수르가 맨체스터시티 구단을 위해 쏟아내고 있는 파격적인 투자는, 부자가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매력적인 사례로 꼽힌다.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하고 팀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것은 물론이고, 팀의 빚 7300억원 규모를 일시에 갚는다. 1년뒤인 2009년에 그는 선수들의 거주시설인 타워빌딩과 홈구장 방문자들의 센터, 세익스피어 극장, 오페라 하우스, 디즈니랜드 등 어마어마한 시설을 지어 팀의 복지를 천국수준으로 만들 계획을 내놓는다. 심지어 관중들이 춥지 않도록 전좌석에 열시트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퇴임 이후엔 맨시티 구단주 직책 외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맨체스터 시티 경기를 모두 라이브로 챙겨보는 것도 화제다. 그는 팬들에게 이런 메일을 보냈다. "맨체스터 시티 같은 클럽을 소유하는 것은 팬과 스태프, 그리고 지역사회에게 특별한 의무를 짊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절대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열성와 열정은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돈을 '아름답게' 활용하는 사례이지만, 기본적으로 돈이 어마어마하게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만수르에 1억 구걸' 사회의 아이들



이 화끈한 '돈쟁이'에 대한 한국사회의 태도는 민망하리만큼 피상적이다. 올해 1월 만수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과 SNS에는 한글로 된 '구걸댓글'들이 줄줄이 달려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다. "만수르형 나 1억원만 주세요" "만수르, 저 치킨 먹게 2만원만" "겨드랑이 관리하게 50만원만" "부자 되게 해주세요" 따위의 글들이 그것이다. 물론 유머 섞인 글일수도 있지만, 나라망신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근 시작된 개그콘서트 '만수르' 코너는 갑자기 코너명이 '억수르'로 바뀌었다. 한국석유공사 측에서 중요한 '투자자'의 한 사람을 대놓고 희화화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제작진에게 밝혀왔다는 후문이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는 만수르의 사진을 SNS나 바탕화면에 올려두면 재복을 얻는다는 미신까지 생겼다. 그의 팬카페 '러브수르(LOVESOUR)'도 성황이다.


또 올들어 국내가수 '안다(ANDA)'가 만수르에게서 청혼을 받았다는 소문이 한 네티즌의 글을 통해 퍼졌다. 석달 전 홍콩서 우연히 두 사람이 만났는데, 만수르가 비싼 선물을 보내며 구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소문에 불과한 얘기일 수도 있으나, 만수르에 대한 동경과 '돈벼락' 행운에 대한 관심들이 뒤엉키어 '안다'의 성가를 높여놓고 있는 상황이다.


'만수르에 1억 구걸' 사회의 아이들 '만수르'에서 '억수르'로 이름이 바뀐 개그콘서트.



이런 다양한 '만수르증후군'이 아이들의 내면에 깊이 파고 들어, 배금(拜金)주의를 불붙이고 있는 셈이다. 돈을 버는 '과정'에 대한 고찰이 생략된, 오로지 금수저처럼 문득 입에 물게 된 요행을 그리워하고, 목표가 좋으면 수단 따위는 뭐라도 상관없다는 '진격의 돈방석'이 뼛속의 가치가 되어가는 사회가 문득 끔찍하게 무섭다. 그저 복권을 산 뒤 꿈을 꾸어보는 것처럼 소박한 환상인데, 만수르에 대한 열광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한다면 할 말은 없다. '만수르 위인'이 되고 싶은 아이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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