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모짜르트 이펙트'와 소리치료, 그 오해와 진실

시계아이콘02분 1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소리로 과연 병을 고칠 수 있을까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1990년대 ‘모짜르트 이펙트’(또는 ‘모짜르트 효과’)가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 적이 있다. 1993년에 나온 한 학술논문은 실험을 통해 음악이 실제 단기적으로 두뇌활동을 촉진시키고 공간 추리능력을 증진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모짜르트를 들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창의력이 커진다'는 모짜르트 이펙트는 아인슈타인이 영감을 얻은 비밀로 소개되기도 했다.국내에선 모짜르트 교향곡이나 소품집 음반이 음악태교용으로 불티나게 팔렸다. 최근 임신 16주의 태아도 음악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임신초기 음악태교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짜르트 이펙트'와 소리치료, 그 오해와 진실 모짜르트
AD


연초에 언론을 통해 소개된 21세기 유망직종 중에 '소리치료사'도 있다. 향후, 소리를 이용한 요법이 대중화될 것이며 전문치료사 직업이 각광을 받게될 것이라는 얘기다. 소리치료와 관련된 많은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관련 책들도 불티나게 팔린다. 소리치료용이라는 음반과 음원들도 인기가 높다. 그러나 과연 어떤 소리가 뇌파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며, 그 소리와 뇌파의 상관관계를 명쾌하게 밝힌 연구결과는 없다는 것이 문제다.


소리치료와 관련한 주장을 하는 이들은 바이노럴 비트(Binaural beats) 이론을 주로 내놓는다. 바이노럴 비트는 뇌파를 조절하는 특정한 소리를 의미한다.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끼고 한쪽 귀에 300Hz의 소리, 다른 쪽 귀에 310Hz의 소리를 들려주면, 뇌가 10Hz의 파동을 받아들여 뇌파가 조절이 되는 현상이다. 즉 인간이 인지하지 못할만큼 미세한 차이가 있는 두개의 소리를 양쪽 귀로 흘려보내, 두 소리 사이의 주파수 차이를 자극으로 활용해 알파파(두뇌활동을 최적화하는 명상 뇌파) 상태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KBS는 '생로병사의 비밀'이란 프로그램에서 소리치료를 아토피 환자에게 적용하여 심리안정에 도움을 준 사례를 보여주기도 했다.

치료를 위해 음악을 사용한 역사는 그리스의 피타고라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늘의 음악'이 질병을 낫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작년에 타계한 뉴욕대 신경학과 교수 올리버 색스(Oliver Sacks)는 파킨슨병 환자들이 음악의 도움으로 움직임이 향상되었음을 증명한 바 있다. 뇌졸중 환자들도 노래를 부르면 말하기 능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수술환자에게 음악을 들려주면 스트레스 유발 호르몬의 수치가 낮아지며 음악을 30분 듣는 것은 신경안정제 10밀리그램을 맞는 것과 맞먹는다는 주장도 있다. 티베트의 수도승이 종소리로 수련하고 기독교나 천주교에서 성가로 조화로운 영혼의 상태를 꾀하는 것 또한 '소리요법'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반대로 소음은 고혈압이나 협심증, 심근경색증, 이명과 같은 질병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끄러운 소리를 많이 들으면 면역체계의 선천적 장애를 부를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진단도 나온다.


'모짜르트 이펙트'와 소리치료, 그 오해와 진실 티벳의 승려들



음악이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증거는 많지만, 소리치료가 구체적으로 어떤 소리가 어떤 효험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학계에서도 논란이 많다. 사운드 힐링을 복음처럼 전파해온 미첼 게이너(Mitchell L.Gaynor, 웨일 코넬의대)는 대체의학을 연구해온 학자이다. 그는 우리 목소리가 내는 모음(母音) 소리가 우리 몸과 세포 수준에서 공명하여 신체 세포의 진동을 변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는 소리 치료를 통해 신체의 조화를 극복하고 우주와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소리치료는 신체 각 부위의 진동수를 자연적인 상태로 회복한다는 것이다. 게이너는 미항공우주국 나사의 우주선이 천왕성의 위성에서 녹음한 소리가 티베트 승려의 종소리와 거의 동일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주에는 진공상태라 소리가 없으며 그 소리는 실제 소리가 아니라 자기권의 진동이 전기신호로 바뀌어 변형되어 증폭된 것일 뿐이라는 반론도 있다.


게이너는 자장가를 듣는 아기가 음악의 리듬에 맞춰 숨을 쉬는 것, 대화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행동을 흉내내는 것, 심장 박동이 음악의 리듬과 음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소리와 인체의 매커니즘을 설명하는 근거로 내놓는다. 그의 말들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것이 과연 '근거'가 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예일대 의대의 신경외과 교수 스티븐 노벨라(Steven Novella)의 말을 들어보자. "소리가 뇌파를 유도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청각 자극과 뇌파 변화의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청각과 뇌파의 관계는 빛의 자극보다 훨씬 복잡해서 들릴 수 있는(가청) 신호의 양상으로 나타나란 법이 없다. 뇌파 유도 현상은 뉴런 자극이 동시다발로 일어날 때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뇌의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저하시킨다는 증거를 아직 얻지 못했다. 그것은 다만, 이론적 실증적 근거가 없는 추정일 뿐이다. 소리는 신경장애를 치료하지도 못하며 뇌파 유도 현상으로 다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게이너는 "머지않아 소리를 이용한 치료법의 활용이 표준 절차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지만, 아직도 풀려야할 문제들을 귀와 뇌 사이에 놔둔 채, 심증적인 증거들만 소문을 타고 돌아다닐 뿐이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