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들이 최근 많이 활용하는 절세 전략은 인터넷 사업과 조세피난처다. 그 대표적 사례로 구글과 애플 등 IT 기업이 꼽힌다. 이들은 미국보다 법인세 부담이 훨씬 낮은 조세피난처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절세전략을 세워 그곳에 막대한 소득을 쌓아두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이런 행태를 '세원 잠식과 소득이전(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 BEPS)'으로 규정하면서 그에 따른 법인세 세수 감소분을 매년 1000억~2400억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전 세계 법인세 징수액의 4~10%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절세전략과 한국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갑이란 기업이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외국기업 A에게 광고비 명목으로 대가를 지불할 경우 이는 세법상 경비로 인정돼 갑의 법인세를 줄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과세관청은 반대로 A기업이 받은 대가에 대해 세금을 부과해야 할 텐데 그게 쉽지 않다. 세법은 A기업의 지점이 한국에 있고, 그 지점을 통해 사업이 이뤄졌을 때에만 과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점이 없을 경우에는 대가의 3%를 원천징수한다.
만일 A기업이 소재하는 국가와 우리나라가 조세조약을 체결한 경우라면 A기업의 지점이 한국에 없을 경우 한국은 아예 과세하지 못한다. 해당 조세조약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론스타가 벨기에를 이용한 것도 이와 같은 논리다). 이런 돈이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자회사로 흘러가서 쌓이게 된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개별 국가 차원 또는 범세계적 차원에서도 대응이 가능하다. 첫째, 대가를 받은 A기업에 대해 과세가 가능하도록 세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 외국기업에 대한 법인세는 지점 유무에 따라 과세하도록 세계적으로 규범화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A기업처럼 인터넷을 통해서 수익을 얻는 업체는 굳이 한국에 지점을 둘 이유가 없다. 인터넷만으로도 세상을 얼마든지 연결해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과세체계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프랑스가 이런 경우에 세금을 매겼다. 프랑스 내에는 구글 지점이 없지만 해당 광고수익과 관련된 '중요한 역할'이 프랑스 내에서 이뤄졌다는 논리로 과세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구글세를 부과하려면 프랑스식으로 세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범세계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이 있다. OECD와 주요 20개국(G20)은 BEPS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고, 2015년 11월 터키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이를 최종 승인했다. 대응 방안의 핵심은 A기업이 얻은 이익을 어느 나라가 얼마만큼 과세소득으로 가져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방식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 모기업이 광고개발 원가 10억원을 지출했고, 이를 벨기에 자회사가 상업화했으며, 한국 기업이 이를 이용한 대가로 100억원을 지불했다고 하자. 이 경우 이익 90억원을 한국, 벨기에, 미국이 얼마씩 나눌 것이냐의 문제가 관건이다. 3국이 3등분해 30억원씩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광고료를 지급한 한국이 더 많이 가져갈 것인지 등의 방법을 정하는 것이다. 과세관청의 노력 여하에 따라 몇 조원에 이르는 법인세가 오르락내리락할 수도 있다.
숙제가 하나 더 있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이나 현대 등에게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들 개발도상국 또한 과세소득을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안배하려 들 것이다. 이에 맞서 한국 과세관청은 한국에 정당한 소득이 분배되도록 해야 한다. 뱀같이 지혜로울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국가 안에서는 세수를 지키고, 밖으로부터는 세수를 끌어당겨야 하는 '글로벌 세금전쟁(tax war)'의 시대가 왔다. 이제는 장부를 뒤적여서 세금을 징수하는 '노동형' 공무원에서 외국공무원과 기량을 겨루어서 세수를 확보하는 '지식형' 공무원으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새해 새로운 숙제가 주어졌다. 우리 과세당국의 분발을 기대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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