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모듈화의 시대는 끝나가는가

시계아이콘01분 46초 소요

[충무로에서]모듈화의 시대는 끝나가는가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AD

기업이 제품 생산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수직통합을 이루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것은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현대자동차처럼 원재료인 철강생산부터 자동차의 생산, 물류, 그리고 판매까지를 모두 내부에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요? 현대자동차는 현재 매우 높은 수준의 수직통합을 이루고 있는 편이지만, 포드자동차의 전성기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한때 포드는 광산업, 고무나무 농장, 그리고 물류를 위해 철도사업까지 했으니까요.


수직통합은 공급처의 위험을 줄이고 품질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에는 수직통합의 단점이 부각되었습니다. 수요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모든 것을 통합한 기업은 유연성의 감소로 매우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사업의 범위를 축소하면서 가치사슬상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는 '모듈화'라고 하는 제품구조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제품들은 모듈화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의 경우, 표준화된 부품들을 사서 직접 조립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특정한 제품의 구성품이 표준화된 몇 개의 뭉치로 나눠져 있는 것을 '모듈화'라고 부릅니다. 모듈화가 높아지면 하나의 기업이 모든 구성품을 다 만드는 게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모듈에 집중하는 게 일반적이지요. 컴퓨터를 다시 예로 들면 인텔은 CPU만 만들고, 삼성이 RAM을, 아수스는 메인보드를 만드는 식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분해의 흐름에 반대되는 소식들이 자주 들려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유명한 비디오 스트리밍 회사 넷플릭스는 분명히 콘텐츠 유통회사지만, 최근 몇 년간 직접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은 당연히 외부에 맡기는 일이라고 치부되었던 배송을 내부화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올 초에 직접 이동통신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는, 수직통합의 시대가 다시 열리는 모양입니다.

이런 움직임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기업들입니다.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는 딜러에 의지하는 전통적인 미국의 자동차 유통망 대신 직접 유통망을 구축했고, 배터리 공장도 직접 짓기로 했습니다. 머스크의 우주개발기업인 스페이스X는 더 극단적입니다. 발사체와 우주선을 모두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거의 대부분의 부품도 다 직접 설계하고 제작합니다. 말하자면 극단적인 '역모듈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역모듈화, 혹은 통합화의 가치는 명백합니다. 지난 21일, 스페이스X는 위성 11개를 궤도에 올리는 데 쓰인 발사체(로켓) '팰콘9'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것은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그 동안 우주 발사체는 일회용이었고, 그래서 우주로 사람이나 물건을 보내는 데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성공을 계기로 발사체의 재사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우주시대는 한층 더 가까워졌습니다. 이 같은 성공은 스페이스X의 발사체와 우주선들이 기존의 제품을 기반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가장 성능이 우수하도록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설계된 것들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매우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는 수직통합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면, 이에 가장 긴장해야 할 나라는 우리나라일지 모릅니다. 모듈화의 시대는 효율적인 조립능력과 글로벌 소싱 능력이 뛰어난 기업에게 유리합니다. 혹은 특정 모듈을 저가격 고품질로 만들어내는 품질관리능력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이런 부분에서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직통합의 시대에는 새로운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대규모의 정보를 기반으로 통찰력을 만들어내며, 대규모 위험자본을 장기간 조달할 수 있는 기업에게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물론 이런 기회를 노리려면 훨씬 큰 위험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겠지요. 흥미진진하고도 조마조마한 2016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606:40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606:30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406:30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306:30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206:40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810:59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정부 부처 업무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국방부 보훈부 방사청 등의 업무 보고가 진행된다. 업무 보고가 생중계되는 것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보고가 이루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이들이 말하는 '이재명 업무 스타일'은 어떤 것인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