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을 품에 안으면서 국내에서도 약 8조원에 육박하는 자기자본을 가진 메가 증권사가 탄생하게 됐다. 미래에셋뿐 아니라 경쟁사들이 대우증권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명분으로 내새웠던 게 자기자본의 대형화였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자기자본의 확충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증권사의 자기자본이란 순자산을 의미한다. 예컨대 증권사를 가구에 비유하면 한 가구가 전 재산 2억원이고 은행에서 한도 1억원인 대출을 받아 3억원짜리 집을 구입했을 때 자기자본은 2억원이다. 만약 이 가구의 자기자본이 2억원보다 많다면 대출을 더 많이 받아 3억원보다 높은 금액의 집을 구입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증권사도 자기자본이 많을수록 담보 또는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 등 영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이 커진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자기자본이 적으면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나 규모에 제한을 받지만 자기자본이 확충되면 그동안 쳐다보지 못했던 큰 딜에도 참여할 수 있다"며 " 공격적으로 자본을 활용하는 업무에 있어서 보다 자유로워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오는 2016년 1월1일부터 새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를 도입하고 레버리지 비율을 자기자본의 1100% 이내로 제한하면서 증권사의 자기자본이 갖는 중요성은 더 커졌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레버리지 비율 규제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자기자본이 3조원인 증권사는 33조원까지 활용이 가능한 반면 자기자본이 8조원인 증권사는 88조원까지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NCR을 산정할 때 증권사가 어떤 업무를 하느냐에 따라 규제 수준이 다른데 위험도가 높은 IB 업무를 할 경우 자기자본이 더 높아야 한다. 반면 위험도가 낮은 주식중개를 할 때는 자기자본 기준이 낮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로 자기자본이 7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론상으로는 85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 등 영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기자본이 3조~4조원대인 2위권 증권사들보다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 셈이다. 그만큼 투자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고 투자자들에게도 높은 기대수익을 안겨줄 수 있게 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배경에도 대우증권의 글로벌 투자은행(IB) 경험 뿐 아니라 최소한의 자기자본이 뒷받침됐다. 아시아 대표 IB로 성장한 일본 노무라증권도 11조원의 자기자본을 확충했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법규상으로는 해외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자기자본이 너무 적어 해외에 나가도 글로벌 IB들과 경쟁이 안되는 상황이었다"며 "이번 미래에셋증권 같은 경우에는 자기자본 규모가 작아서 투자가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해외에서 보다 위험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대우증권 탄생으로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자기자본 확충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방법은 크게 인수합병(M&A) 또는 증자 두 가지로 나뉘는데 대우증권 같은 대형 매물이 거의 없어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확충하려면 증자에 나서야 한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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