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지난해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은 월 2회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 허위 보고를 했다. 주로 신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독단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손실을 봤다는 내용이었다.
신 총괄회장은 쓰쿠다 사장과 일본인 이사진의 허위 보고를 믿고 신 전 부회장의 해임에 동의했다. 여기까지 신 전 부회장이 최근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임시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일본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 등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올 1월에는 지주회사 일본 롯데 홀딩스에서도 자리를 잃었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롯데의 모든 경영권은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차지하는 듯했다. 7월 15일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정기이사회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됐다.
하지만 열흘 남짓한 시간이 지나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신동빈 회장의 해임을 시도한 것이다. 동생 쪽으로 기울었던 추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열고 창업자인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했다.
차남이 임원진의 지지에 힘입어 아버지를 해임하는 데 성공했지만 장남도 물러서지 않았다. 여론전을 시작하며 신 전 부회장의 반격은 계속됐다. 7월30일. 신동주 전 부회장은 국내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서명 지시서와 신동빈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에 대한 해임 지시서를 공개했다. 다음날 그는 또 방송을 통해 ‘본인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한다’는 신 총괄회장의 직인이 찍힌 임명장과 아버지의 육성을 공개했다. ‘신 총괄회장이 차남을 회장으로 임명한적 없다’고 말하는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신동빈 회장은 명분을 잃었다.
신동빈 회장은 8월 3일 일본에서 급히 귀국해 공항에서 “신격호 총괄회장 명의의 해임 지시서는 법적인 효력 없는 문서”라며 경영권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다음날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사장단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통해서도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던 경영권 분쟁 사태는 10월 14일 열린 광윤사 주주총회에서 다시 전환점을 맞이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광윤사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숨가쁘게 진행된 공방전에서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여전히 장남은 ‘창업주인 아버지 뜻’을, 차남은 ‘법적 효력’을 내세우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법적으로도 업무방해, 명예훼손, 해임절차 등을 문제 삼아 맞고소한 상태다.
재계에서는 롯데의 진흙탕 경영권 싸움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5대 그룹 가운데 최장기 경영권 분쟁의 주인공으로 오르게 됐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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