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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명퇴'공화국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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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명퇴'공화국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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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사 2년차로 20대 후반 남성인 A씨는 최근 임원실로 불려갔다. 연말이니 올해를 돌아보며 격려라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던 임원은 조심스레 퇴직을 권했다. 회사가 많이 어려워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왜 하필 저를…" 당황스러운 마음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자 "자네는 아직 젊으니까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며 등을 두드렸다. 순간 욕지거리가 튀어 나왔지만 2년 동안 길들여진 탓인지 차마 내뱉지는 못했다. 이런 대우를 하는 회사 더러워서 안 다닌다고 결국 명예퇴직을 신청했지만 고작 2년 만의 퇴직이 명예롭지는 않았다. 짐을 챙겨 나오다 헛헛한 마음에 소주 한 잔으로 몸을 데웠다. 하지만 갑자기 불어온 삭풍이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30대 직장인 B대리도 느닷없는 명예퇴직 권유를 받았다. 평소 아버지처럼 여기라던 전무는 아들 같은 직원의 숨통을 끊는 데 머뭇거림이 없었다. 진작 "너 같은 아버지 둔적 없다" 들이받아 버릴 걸 하는 상념에 잠겨 있는 동안 전무의 얘기는 끝나 있었다. 5년을 다니며 청춘을 바쳤지만 그만두라고 하는 데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눈앞에 닥친 전세 만기며 당장의 생활비, 어린 딸의 유치원비 등에 대한 걱정에 앞서 몸담은 속한 조직에서 필요 없는 존재가 됐다는 비애감이 먼저 덮쳐왔다.


일부 기업에서 20대와 30대 직장인들의 명예퇴직을 신청 받으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평생직장은 옛날 얘기가 된지 오래라지만 40~50대가 돼야 맞닥뜨리게 될 줄 알았던 퇴직 문제를 이제 회사에 갓 입사한 20대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실업 급여 신청자 수는 총 21만1659명이었는데 연령별로는 30대가 5만1372명으로 가장 많았다. 20대도 3만5244명이었다. 3분기에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 중 41%가 이른바 '2030세대'인 셈이다.

최근 2030명퇴 문제가 불거진 회사는 두산인프라코어였다. 이 회사에서 20대와 갓 입사한 직원에게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다 문제가 되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직접 나서 "1~2년차 신입사원은 제외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3년차 이상은 희망퇴직 대상이기 때문에 몇 개월 차이로 운명이 갈렸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그 어려운 취업난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해도 회사의 사정에 따라 1~2년 만에 폐기되는 이 같은 상황은 "아프니깐 청춘"이라는 허울 좋은 위로를 무색하게 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경기 침체와 실적 악화 등으로 각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간부급에서는 이미 내보낼 수 있는 사람은 다 내보내 점점 감원 대상의 직급이 낮아지고 있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내년 경기 회복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라 향후 젊은 세대의 퇴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16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2.3%가 내년도 경영계획의 방향성을 '긴축경영'이라고 응답했다. 또 현 경기상황을 '경기 저점'이라고 평가한 비율이 91.0%로 매우 높게 나타난 반면, 경기저점 통과 후 회복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응답은 5.5%에 불과했다.


현실적으로 젊은 직원들은 회사의 퇴직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 인사고과와 퇴직금 등으로 볼모로 어차피 잘릴 거, 버티면 더 손해라고 압박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이든 창업이든 빨리 나가서 준비하는 게 이익이라고 설득하기도 한다. 희망퇴직이라고 부르지만 근로자의 '희망' 따위는 반영되지 않은 퇴직이라는 얘기다.


젊은 직원들도 속절없이 거리로 내몰리는 마당에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 법안이 통과되면 문제가 한층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도 회사가 직원들을 내보낼 방법이 많은데 일반해고를 쉽게 하면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분석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오히려 노동개혁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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