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안의 토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위치의 땅을 도로나 공원, 학교 등으로 미리 그 용도를 정해두고 도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을 들여놓을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도시계획시설 운용에 변수가 생겼다. 지난 10월 공원조성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장기 미집행공원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해제된 것이다. 미집행공원 실효 문제가 현실로 다가온 계기가 됐다. 앞서 공원조성계획이 수립된 경우라 하더라도 2020년 6월까지 공원조성을 완료하지 못한다면 이 역시 일몰제 적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미집행공원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이제 채 5년도 남지 않았다.
일몰제란 공원이나 도로 등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후 일정기간이 지나도록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때 자동으로 지정이 해제되는 제도다. 시설 지정 후 토지보상을 추진하지 않는 등 개인의 재산권을 장기간 제한할 수 없도록 한 판결을 적용한 것이다. 이에 20년 이상 조성사업에 착수하지 못한 일명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들은 2020년이 되면 모두 지정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도시공원은 미집행률이 가장 높은 도시계획시설이다. 전국에 걸쳐 미집행 도시공원 면적은 608㎢에 달한다. 공원으로 조성하는 데는 최소 100조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현재의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황을 감안할 때 5년 후에는 이들 중 상당부분이 공원에서 해제될 전망이다.
이에 2009년 12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민간자본을 이용한 도시공원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도시공원부지에서의 개발행위 특례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또 2011년 7월에는 관련 지침도 마련됐다. 해당 특례제도는 민간이 미집행 도시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경우, 공원부지 중 일정 비율을 주택건설 등 개발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예를 들어 민간이 일정면적 이상의 도시공원을 조성할 경우, 해당 공원면적 중 70~80%는 공원으로 조성해 시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30%는 개발사업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공원에서 해제해 주는 다소 파격적인 방식이다.
특례가 특혜 논란을 부를 가능성은 그래서 존재한다. 그래서 특례조항이 개발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관련 당국은 그동안 다소 복잡하고 엄격하게 제도를 운영해 왔다. 그 결과 법 개정 이후 5년이 경과한 지금까지 해당 특례제도를 통한 공원조성 사례는 전무하다. 이에 올해 초 법 개정을 통해 특례적용 대상 공원의 최소면적을 기존 10만㎡에서 5만㎡로 완화하고, 공원 내에 설치하는 비공원시설의 용도를 주거 및 상업용도까지 허용했다. 아울러 기부채납 비율도 70%로 하향 조정하는 등 민간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보완ㆍ정비했다.
하지만 좀더 과감한 보완을 통해 도시계획시설 지정 목적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특례제도를 활용한 공원조성 제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먼저 특례사업의 유형을 다양화해야 한다. 수익성과 재원조달 편의성 등의 사유로 아파트사업이 주를 이룰 수 있어서다. 공원조성을 위한 사업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도록 하면서도 부대사업의 유형별로 특례조건을 달리해야 한다. 분양 또는 임대 목적의 아파트나 주상복합 등에 따라 기부채납이나 비공원시설 비중 등에 변화를 주는 탄력적 제도 운영을 하도록 전환하자는 얘기다.
민간 사업자의 추진능력을 보완할 필요성도 있다. 5만㎡ 이상 규모의 사업인 만큼 사업중단 위험이 없고 공원조성 및 개발사업 경험이 충분한 사업자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법적ㆍ행정적 방법론과 함께 더 근본적인 문제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도 필요하다. 공원조성을 빙자한 개발사업의 변종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부담을 너무 무겁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에서다. 일몰제 시한이 5년도 남지 않은 지금, 주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도시공원 지정이 취소되면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난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윤은주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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