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새누리당의 내년 총선 공천 룰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이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 위기'로 이어질 조짐이다. 김 대표가 친박(친박근혜)의 요구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하며 점차 수세에 몰리는 모습에서 비박(비박근혜)의원들의 신뢰마저 잃고 있는 것이다.
줄곧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던 비박의원들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김 대표가 수용한 결선투표제가 친박의 현역 물갈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김 대표가 친박의 공세에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자신이 공언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이후에도 친박에 밀리면서 점점 세(勢)를 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박계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결선투표제 도입 과정에 대해 "의원총회에 말 한마디 안하고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김 대표의 행보가 친박의 불만을 잠재우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김 대표는 최근 현역 지방자치단체장이 총선에 출마하면 예비심사에서 탈락시키는 '컷오프'를 하겠다고 말해 친박의 반발을 샀다. 한 친박계 의원은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당 지도부로서 시의적절치 않은, 즉흥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이 단초가 된 듯 10일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기초단체장에게 공천 심사시 불이익을 주는 방침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되자 '현역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선거구 획정 기준 마련을 위한 대야 협상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친박계 핵심인 유기준 의원은 9일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 "총선이 불과 넉 달 남았는데 이를 위한 여러가지 메커니즘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며 "선거구획정, 공천 룰, 인재영입 부분에 대해 지도부가 이전보다 속력을 내야 한다"고 지도부를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마지노선'인 전략공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숙제로 남아 있다. 최근 김태호 최고위원이 "전략공천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한 데 이어 유 의원은 "우리 당이 바라는 인재영입은 공천특별기구에서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략공천의 불가피성을 언급했다. 비박계는 전략공천까지 내준다면 김 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이 올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김 대표가 전략공천까지 양보한다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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