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이야기만 했어도"…생활력있었던 부인 A씨
-남은 가족들이 걱정된다며 선처를 바란 피해자 부모들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이 같은 사정을 받아 들여 1심 법원의 판결이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최종적으로 판결한다.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4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중앙지법 형사 6부 302호 법정. 김상환 부장판사의 주문이 낭독되고 판결을 받아 치는 기자들의 노트북 소리가 이내 잦아들었다. 아내와 딸을 목 졸라 살해 한 지 333일이 되는 날 강씨는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강씨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판결을 들었다. 이따금 훌쩍거리기도 했다.
11페이지의 짧은 판결문에 얼마만큼의 진실이 담겨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마지막 사실심인 2심의 판결에 사건의 정황과 피고인의 심정들이 상당 부분 녹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사회 큰 충격을 줬던 서초 세모녀 살인사건을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되돌아 봤다.
◆강씨의 왜곡된 인식에 유명을 달리 한 부인 A씨=어리석은 남편의 범행에 유명을 달리한 부인 A씨는 원래 호텔에서 근무하던 직장인이었다. 그녀는 결혼 이후 시댁의 요청에 따라 일을 그만뒀다.
재판부의 표현대로라면 A씨는 '현명하고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A씨는 강씨가 주는 생활비를 절약해 2억원 이상의 예금을 가지고 있었다. 자녀들을 잘 교육해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아이들의 성적은 항상 우수했다. 주위에서는 A씨에게 학원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하기도 했다. 강씨의 생각처럼 강씨의 실업에 삶을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강씨가 A씨에게 솔직한 상황을 이야기했다면 이 같은 비극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재판부도 "강씨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피해자 A씨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피해자들의 생각을 들어봐야 했으나 스스로만의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모르는 피해자들의 생명을 무참히 앗아갔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처와 딸을 스스로의 삶과 가치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인격체가 아닌 피고인에게 부속된 부속물처럼 여기고 자신을 가족구성원 중에 절대적 우위에 있는 존재로 생각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위를 용서한 A씨의 가족들=비극이 끝나고 남은 가족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아픔이 남았다. 그러나 피해자 A씨의 가족들은 강씨를 용서했다.
A씨의 부친은 사건 이후 사돈이었던 강씨의 부친을 걱정했다. 그는 "피고인의 부모가 죄인의 가족으로서 더 무거운 짐을 갖고 살아가리라 생각된다"며 "그들의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생각해 그들의 자식인 피고인에게 관용을 베풀어 사는 날까지 속죄하며 살아가게 해주기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법원에 냈다.
A씨의 모친은 "강씨가 살아 있을 때 가족을 믿고 잘 대해줬던 사람"이라며 강씨의 선처를 구했다. A씨의 오빠도 강씨에게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했다.
암투병 중이었던 강씨의 부친은 피해자들의 장례와 피해보전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변호 의지가 없던 강씨에게 변호사를 수소문해 붙여준 것도 강씨의 부친이었다.
[사건 그 후- 관련기사]
'서초 세 모녀 살인' 가장의 뒤늦은 참회
'서초 세 모녀 살인' 사건 통해 되돌아 봐야 할 것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