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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그 후]'서초 세 모녀 살인' 사건 통해 되돌아 봐야 할 것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6초

-물신주의·왜곡된 가장의식 맞물린 참극…전문가들 "이제는 벗어나야"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평범하고 성실한 아들이었으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삶을 살아온 피고인을 끔찍한 살인범으로 변하게 한 것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물질만능주의 등도 일부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판결 中)


'서초 세 모녀' 살인 사건은 물신주의와 왜곡된 가장 의식이 맞물렸을 때 어떤 참극이 발생할 수 있는 지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돈과 명예 등 보이는 것에만 가치를 두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고 성찰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른바 '강남' 으로 대표되는 부가 사라졌을 때 강씨가 가졌던 좌절에 주목하고 있다. '타인의 평가에 예민한 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명예나 부 등의 목표 성취에 실패한 분노와 우울감'이 극단적 범행으로까지 연결됐다는 것이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강씨의 좌절은 '중심주의적'사고로 설명할 수 있다"며 "서울·명문사립대 대한민국의 중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자 극도의 불안을 느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 교수는 "강씨에게 서울을 벗어난 삶·강남을 벗어난 삶은 실패한 삶으로 규정된다"며 "'어느 아파트' 같이 눈에 보이는 것으로 자신의 사회적 삶이나 자존감이 결정된다고 보는 것"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가장이 과도한 책임감을 가지는 한국 특유의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책임감만큼 자신이 실패하면 남은 가족들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왜곡된 인식을 가지기 쉽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살인죄로 입건된 447명 중 29.8%인 133명이 가족을 상대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순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가장으로서 과도한 책임감을 가진 사람들은 부인과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며 "결국 자기가 책임지니까 그들의 생명도 뺏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가족의 문제는 의논하고 노력하며 협력을 통해 헤쳐나가야 하는 것인데 모든 책임이 남자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극단적인 사고"라고 덧붙였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물질적인 차원에서만 가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왜곡된 인식"이라며 "가장의 역할 모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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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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