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청년희망펀드, 자유무역협정(FTA) 상생기금 등 경제 살리기와 민관협력을 명분으로 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적) 정책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정책이 '기업 쥐어짜기'식으로 이뤄지면서 오히려 기업투자를 가로막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소폭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기업들의 체감경기 전망도 이달 하락세로 돌아섰다.
3일 정부부처와 재계 등에 따르면 청년희망펀드, 창조경제혁신센터, FTA기금, 재단법인 미르 등이 민관협력을 명분으로 내 건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이 첫 가입자로 나선 청년희망펀드의 경우,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기금을 마련해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을 돕자는 취지로 시작됐으나 사실상 재계 오너들을 중심으로 해 눈치보기 가입방식으로 진행되며 '신(新)관치펀드', '삥펀드'라는 오명을 얻었다.
정치권이 농어촌을 돕겠다며 합의한 1조원 규모의 FTA기금은 '준조세'논란이 거세다. 피해 농어민 지원은 정부가 재정지출 등을 통해 떠안아야할 사안인데 기업의 돈을 걷어 농가에 나눠주겠다는 것 자체가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여·야·정이 1조원이라는 목표치까지 정한 것을 자발적 기금이라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해당기업들에 스트레스가 되는 모습이다. 일자리 창출 등 정부가 해야할 일을 기업에 떠넘기고 있다는 논란도 거세다. 특히 정부가 실적을 보여주기 위해 성과순위를 매기는 등 압박강도를 높이면서 기업의 피로도만 커지고 있다. 지난 광복절 당시 정부가 각 지역별로 창조경제혁신센터 기업측에 불꽃놀이 축하행사를 책임지라고 지시내린 사례는 대표적인 황당 에피소드로 돌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창조경제혁신센터부터 재단법인 미르 등에 까지 기업별로 수백억을 쏟아 부었다"며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미르는 최근 한류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기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으로 기업들은 이곳에 5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출연했다.
이처럼 기업 쥐어짜기식 정책이 몰아치는 까닭은 정부의 재정여력이 부족한 탓으로 풀이된다. 이미 정부로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을 대부분 풀었고, 이제 남은 것은 유보금을 쌓아둔 민간기업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의 협조를 구하는 차원을 넘어서며 새로운 관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여력을 깎아내리고 불확실성을 높여 오히려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논란도 거세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경제에 악영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전경련측이 황교안 국무총리와 만나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 경계를 내비친 것도 이 때문이다.
3분기 회복세를 보이던 기업체감경기는 다시 얼어붙을 조짐이다. 11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감소세로 돌아섰고, 산업생산도 5개월만에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달 전망BSI도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는 묻지도 않고 정치권이 합의를 통해 기업들에서 돈을 걷으면 기업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부담이 쌓이면 누가 투자에 나서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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