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검토, 한해 12회서 美처럼 8회로 "한국은 대외변수 많아 유지해야" 반론도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매달 한번씩, 1년에 12번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회의를 연 8번으로 줄이자는 제안이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 제기됐다. 매달 두번째 목요일 열리는 통화정책 방향회의에서는 기준금리가 결정된다.
최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을 보면 통화정책 방향회의는 연 8회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회의 횟수 문제를 가능하면 연내에 마무리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체제로는 월별 지표에 시장이 과민 반응할 수 있고, 집행부의 준비 기간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들었다. 그동안 통화정책 방향회의 횟수를 줄이자는 의견이 외부에서 제기된 적은 있지만 금통위원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 횟수는 금통위원들의 합의로 결정되는데, 이번 언급이 공론화를 염두해둔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의사록에서 언급된 '글로벌 스탠더드'의 실제 사례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6~8주에 한 번씩 통화정책 회의가 열린다. 1년에 8번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올해부터 6주 단위로 회의를 열고 있다. 지난 6월엔 일본은행이 내년부터 회의를 14회에서 8회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경제 상황이 다달이 변하지 않는데 매번 회의를 여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이 이유가 됐다.
취임 1년반이 지난 이주열 총재도 총 20회 금통위를 주재하는 동안 기준금리를 내린 횟수는 4회(20%)에 불과하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주요한 근거가 되는 성장률이나 경제전망 등의 지표도 분기별로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매달 열리는 금통위 회의가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우는 측면이 있다"며 "(회의횟수 축소) 추진을 한다면 필요시 '임시금통위'를 연다는 조건를 다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 교수는 "내년부터 적용될 물가안정목표치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추진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반론도 적지 않다. 당장 이달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등 통화정책을 둘러싼 안팎의 상황이 복잡하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진국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고 우리도 오른쪽으로 운전석을 옮기자는 이야기는 타당성이 떨어진다"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국제금융시장 변수에 따라 통화정책을 발빠르고 기민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회의 횟수를 줄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 3월 5명의 금통위 위원들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회의 횟수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엄중한 사안이라면 떠나는 사람이 총대를 매고 할 수 있지만 회의 횟수를 줄이는 것은 그 정도 시급한 사안인지는 의문"이라며 "차기 금통위 위원들이 장기적으로 검토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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