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르도안 전투기 격추 두고 날선 공방…서로 '네 탓'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터키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를 둘러싼 양국 정상 간 설전이 격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터키가 사과나 책임자 처벌을약속하지 않았다고 비난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가 사과해야 한다며 맞섰다.

26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시리아 영공에서 전폭기 격추는 국제법과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라면서 "터키 고위 지도부는 아직도 러시아에 사과하지 않았으며 피해 배상이나 책임자 처벌약속도 없다"고 비난했다.

또 "일부 국가들이 석유와 사람, 마약, 예술품, 무기 등을 불법 거래하는 테러리스트들을 비호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억~수입억 달러의 돈을 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터키가 이슬람국가(IS)와의 석유 밀거래 등을 통해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한 이전 자신의 발언을 반복한 것이다.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사과해야 하는 쪽은 우리가 아니라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라고 말했다.

그는 터키가 IS부터 불법으로 석유를 구매하고 있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만일 러시아가 이를 증명한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라고 반박했다.

에르도안은 이어 프랑스 국제뉴스 보도 전문 TV 채널 '프랑스 24'와의 인터뷰에서는 "러시아 군용기인줄 알았더라면 우리 영공 침범에 대해 다르게 대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공군기인 줄 모르고 격추했다는 항변이었다.

그는 오는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국제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하자고 제의했지만 아직 러시아 측으로부터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서도 '계획된 도발'이라는 러시아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터키는 러시아를 겨냥할 이유가 없다"며 "사건 당시 전투기의 국적은 파악되지 않았으며 러시아 전투기가 영공을 침범해 교전수칙에 따라 자동으로 반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터키는 가스와 석유를 러시아, 이란, 아제르바이잔, 이라크, 알제리, 카타르에서 사고 있다"며 터키는 지금까지 IS 점령지에서 밀수되는 석유 7900만ℓ를 압수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의 IS 퇴치 노력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러시아가 IS와 싸우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들(러시아)의 공격 목적은 단지 시리아에서 다에시와 싸우는 '온건 반군'이라는 것이 명백하다"며 러시아가 공습한 시리아 북부 라타키아주에 IS는 없고 터키 '형제'인 투르크멘이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