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무풍지대는 옛말…헤비다운 인기도 '시들'
매년 30% 고성장하던 성장율 한자릿수로…이익은 역성장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한 때 유통업계의 무풍지대였던 아웃도어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있다. 아웃도어에 환호하던 소비자들은 보다 합리적인 가격이나 가벼운 디자인을 찾아 다른곳에 주머니를 열기 시작했다. 혹한기가 짧아져 고가의 헤비다운 매출은 고꾸라지는데, 시장포화로 브랜드간 가격경쟁은 더욱 심해지는 분위기. 이른바 '3재(災)'다.
가장 뚜렷한 흐름은 50만원을 육박하는 아웃도어 업체들의 매출효자, '헤비다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하이엔드급 제품을 추구하는 일부 소비자들은 고가의 해외 프리미엄 패딩이나 모피 제품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아웃도어 내에서도 중심 축은 경량다운으로 이동했다. 아웃도어의 영역이 일상복까지 넓어지면서 일반 캐주얼 복장과 레이어드 활용이 가능한 경량다운을 찾는 경우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가 50~60만원대의 헤비다운이 제 때 소진되지 않아 이월제품 매대에서 1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는 점도 신제품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아웃도어의 경우 여성복 등 일반 의류와 비교해 이월상품과 신제품의 디자인·기능 차이가 크지 않다.
관련업체의 실적은 2013년을 정점으로 3년째 긴 정체기를 겪고있다. 한국아웃도어산업협회에 따르면 아웃도어 시장은 지난 2005년이후 2012년까지 25~36% 성장률을 기록하며 7조원대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2013년을 정점 매출 증가율이 10%대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는 9.4%의 한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개별 업체의 이익률도 마이너스 성장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블랙야크는 매출 5724억원, 영업이익 810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1.4%, 26.7% 실적이 줄었다. 올해 마케팅을 강화하며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선 네파의 경우 지난해에 매출 4732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929억원을 기록하며 21.4% 급감했다. 케이투코리아도 매출액은 전년보다 2% 늘어난 4074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1%나 줄어든 935억원을 기록했다. 밀레는 매출액이 3061억원으로 전년보다 7.8%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268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도 마이너스 성장세가 감지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에 따르면 1분기(1~3월) 20~60대까지 아웃도어 업종의 이용금액은 326억20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8.8% 감소했다. 핵심 구매연령대로 꼽히는 40대의 경우 1분기 아웃도어 브랜드 이용금액이 101억1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7%나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웃도어 시장에서 손을 터는 사례도 빈번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트레일러닝 콘셉트의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아웃도어'의 국내 전개의 중단 여부를 본사와 협의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013년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인 살로몬아웃도어의 국내 판권을 인수, 전개해 왔다. 그러나 진입 첫 해를 기점으로 아웃도어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했다. 구체적인 영업중단 시기는 조율중에 있으나 이번 시즌인 2015 가을·겨울(F/W) 상품을 끝으로 더 이상 브랜드를 전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휠라코리아 역시 아웃도어 사업을 접고 스포츠, 골프, 키즈 등으로 브랜드를 압축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구호 부사장을 영입 후, 국내 론칭 23년만에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전개하기에 앞서 사실상 매출 및 이익에 유의미한 실적을 내지 못하는 아웃도어 사업을 5년만에 정리키로 한 것이다. 이밖에 금강제화가 노르웨이 아웃도어 브랜드 헨리한센의 국내 판권 연장을 포기, 5년만에 사업을 접었다.
업계에서 무엇보다 걱정하고 있는 것은 11~2월 평균기온이 높아지고, 혹한기가 짧아지는 이른바 '더운 겨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역대 3위 안에 드는 엘니뇨가 예상된다. 엘니뇨는 감시구역에서 5개월 이동 평균한 해수면 온도 편차가 0.4도 이상 나타나는 달이 6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의미한다. 기상청은 우리나라가 엘니뇨 영향을 받아 올겨울 평년보다 따뜻하고 강수가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웃도어 매출의 70% 안팎을 차지하는 가을·겨울(F/W) 매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그간의 고성장기 당시 다소 소홀했던 부분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고있다"면서 "기능성 소재의 자체개발 등을 통해 원가 구조를 개선하고, 유통망 등을 점검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 때의 호황기가 그립기도 하지만, 일정 부분 구조조정을 거쳐야 더 장기적이고 건강한 시장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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