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승용]
‘시체육회, 빙상코치 특정인 채용 위한 개입 의혹 불거져’ 말썽
시체육회 관계자 “직원들을 잡아 족친 게 그냥” 윗선 개입 시사
광주광역시체육회가 공석으로 있는 빙상코치를 특정인으로 채용하기 위해 빙상경기연맹에서 추천한 1순위자의 단점만 조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17일 시체육회와 빙상경기연맹에 따르면 8월29일 빙상코치 1명의 채용 공고를 내고 9월2일까지 3명의 지원서를 제출받았다.
빙상연맹은 지원자들의 경력과 선수육성능력 등 10개 항목의 심사를 거쳐 K씨를 1순위로 평가, 시체육회에 채용을 의뢰했다.
그러나 시체육회는 빙상연맹의 의견을 2개월이 넘도록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시체육회는 12월에 공석인원을 모집해 내년 1월에 채용한다는 입장이다. 규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광주시체육회 경기단체의 경우 회장 및 코치가 공석일 경우 즉시 공고를 통해 인원을 충원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빙상경기연맹은 자체 사업추진에 맞는 훌륭한 지도자 영입과 우수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 5년여 전부터 K씨의 영입을 요청해왔다. 그 이유는 K씨가 양성한 선수들이 국가대표 및 내로라하는 빙상경기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등 지도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K씨는 광주빙상경기연맹의 요청에 최근 지도력 노하우를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광주를 찾았지만 시체육회의 인사 갑질에 맞닥뜨리게 됐다.
이와 관련 기자가 확보한 동영상에는 시체육회 관계자가 빙상연맹을 찾아가 K씨의 뒷조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윗선의 개입을 뜻하는 발언이 나와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
9월21일 시체육회 경기진행팀 K계장은 빙상경기연맹 사무실을 찾아 1순위로 추천된 K씨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K계장은 “그 양반 좀 물어볼라고” 한다면서 “아따 정말 우리는 관여를 전혀 안하거든. 연맹에서 해가지고 올리면은 우리는 그것만 가지고 승인만 하면 되지”라며 코치 채용에 대한 윗선의 개입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K계장은 “우리 직원들을 잡아 족친 게 그냥. 거기까지만 알고 딴(다른)데 이야기는 하지 말고”라며 “내가 그 말하고 다닌 줄 알면 요상스럽게 돌아간 게”라고 입단속까지 했다.
이어 “나는 이런 거 관여하는 거 엄청 싫어하잖아”라며 “자꾸 끼어들면 분열되고 그럴 필요없잖아”라고 윗선의 압력에 한탄하기도 했다.
더욱이 K계장은 “각 지금 연맹·협회가 정신없어가지고 막 그 자리. 나는 그런 거 싫어하는 사람이거든”이라며 부당한 절차와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듯 보였다.
시체육회가 각 경기연맹 및 협회 코치 선임을 두고 지속적으로 특정인 채용 압력을 직원들에게 지시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K계장은 또 K씨가 대구에서 서울, 전주로 옮겨간 이유를 물었고 “2명인가 있었는데 민원이 생겨가지고 수입이 안되서 이쪽으로 왔다는 이야기가 있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내가 들은 말하고 하면 퍼즐이 맞혀징마”라며 K씨의 뒷조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빙상경기연맹 관계자가 “(전북)체육회에서는 코치편 든다”고 하자 K계장은 “요까짓 것 갖고, 아따 짜증이 날라고 하네. 오늘까지만 하자”라며 자신의 뜻대로 풀리지 않자 짜증을 내기도 했다. 오랜 시간 K씨의 뒷조사 역할을 마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전북)체육회에서 안 좋게 이야기 하던디. 선수들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는 뭐여”라며 “(K씨)오게 된 동기는 협회하고 마찰 때문에 왔다고 하는 게 맞겠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자신이 뒷조사로 알아낸 K씨의 단점만 들어 확인 절차를 마무리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K계장은 “요런 거 조사해갔고 만들어 달라하는 느낌이 내가 딱 보여. 추잡스러워 추잡스러워 참말로”라며 상부 지시에 대한 불쾌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와 관련 K씨는 “광주시체육회에서 전북도체육회로 확인전화를 했다”며 “저랑 가까운 사람들이 말하기를 ‘장점을 이야기 하니 단점을 강조’하면서 물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지도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사찰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며 “코치 임명절차를 취소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K계장은 “전북도체육회에 전화한 사실 없다”며 “빙상연맹을 찾아 경력에 대한 것만 물어봤지 다른 사실은 묻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이어 “3순위와 1순위를 비교한 것은 추천 공문이 올라와서 알아본 것이다”이며 “알아보고 위에다 보고를 해야 될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문승용 기자 msynew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