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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올라온 대주주 '숨은 주식'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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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방어 관행' 상습 논리 펴지만‥조세포탈 수단 악용도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김민영 기자] 이명희 회장의 830억원대 차명주식 건으로 대주주의 숨은 주식이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차명주식이 문제가 된 사례는 올 들어 유가증권 상장사 천일고속을 비롯해 코스닥 상장사 신라섬유에 이르기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유가증권 상장사 이화전기의 김영준 회장은 회삿돈 18억원을 빼돌려 차명으로 자회사 주식을 사들인 뒤 허위공시로 주가를 부풀려 이득을 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수년째 해소되지 않는 차명주식 논란도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거래 등으로 8000억원대 기업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여전히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2013년 횡령ㆍ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차명주식은 관행이었고 세금을 포탈할 의도는 없었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명주식 천태만상… 대주주 지분율 70% 폭증 사례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천일고속을 설립한 박남수 명예회장은 지난 4월 본인의 차명주식 68.77% 전량을 두 명의 손자에게 증여했다고 밝혔다. 38년 동안 숨어 있던 주식이 증여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천일고속에 앞서 코스닥 상장사 신라섬유의 차명주식도 비슷한 이유로 눈길을 끌었다. 신라섬유는 창업자 박성영 명예회장이 별세하고 상속 작업을 진행하던 중 차명주식 82만주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73%에서 90%로 치솟았다.


이 같은 차명주식 보유는 불법재산 은닉, 자금세탁행위 등을 금지하는 금융실명제법에 저촉된다. 특히 조세포탈에 악용될 소지가 많다. 그런데도 차명주식을 가진 상장기업들은 차명주식의 존재를 증여나 상속 직전에 공시를 하거나, 아예 공시를 하지 않고 있다가 국세청 조사가 진행되고 나서야 뒤늦게 공시하고 있다.


A회계법인 관계자는 "차명주식이 발견돼 대주주의 지분율이 바뀌는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며 "차명주식이 대부분 가업승계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관련법이 강화되는 추세지만 상당수의 기업이 관행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의 불투명한 세금추징… 감독당국은 방관(?)= 문제는 이 같은 차명주식 보유에 대해 국세청의 불투명한 세금추징과 감독당국의 방관이 단골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올해 830억원 규모의 차명주식이 발견된 신세계는 2006년에도 오너 일가의 차명주식이 발견돼 국세청이 증여세를 추징했으나 감사원 감사 결과 과소 추징한 사실이 드러나 뒤늦게 33억원을 추가 징수당했다.


이 같은 비판에 감독당국은 국세청이 조사 자료를 공유하지 않는 한 차명주식의 존재만으로 해당기업에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신세계그룹의 차명주식의 경우 드러난 지분의 규모가 크지 않아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데다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만한 지배구조의 변화가 없는 이상 적극적으로 제재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더욱이 국세청이 세무조사 결과를 공유하지 않아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은 이에 대해 "국감때 국세청에 기업과 과세당국이 불투명하게 일처리하는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제재 수단이 없다는 식의 답변만 들었다"면서 "정말 제재수단이 없는지 아님 제재를 가할 의지가 없는 건지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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