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한국경제의 스트레스 테스트

시계아이콘01분 48초 소요

[충무로에서]한국경제의 스트레스 테스트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AD

세계경제의 항로를 완전히 불황의 골로 접어들게 만든 것이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다.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뉴욕연방준비은행(New York Fed)을 이끌었던 티모시 가이트너 전 미국 재무장관은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라는 책에서 경제와 금융 시스템이 한꺼번에 붕괴될 때 느꼈던 엄청난 충격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모든 요인들이 한꺼번에 나빠져서 총체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을 가정해 보고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스트레스 테스트인데 현재의 한국 경제 역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봐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이 향후 2년 정도에 한국에 또 다른 위기, 이른바 '경제절벽'이 닥칠 것으로 예견한다. 생산과 소비가 급격히 악화되고 기업부실이 금융에 전이되는 '실물-금융 복합위기' 시나리오인데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웃어넘기기 어려운 여러 가지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전 세계적 생산과잉, 중국 및 신흥국들의 급속한 경제 침체, 슈퍼달러 및 엔저로 인한 수출 감소세, 가계 부채로 인한 내수 부진, 인구 감소와 급격한 고령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단일 요인이라면 해결이 가능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악영향을 미치면서 복잡계 네트워크를 통해 전혀 예측하지 못한 파국적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 역시 감지되는 위기 징후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외부감사를 받는 2만5000여개 기업 가운데 한계기업의 비율은 지난해 말 15.2%로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보다 크게 높아졌다. 조선의 경우 한계기업 비율이 18.2%로 5년 전보다 세 배나 급증했고 운수업은 두 배가 늘었다. 철강과 기계 등의 분야에서도 부실화 징후가 뚜렷하다.

더 불편한 진실은 한계상황에 내몰린 기업에 대기업 숫자가 예전보다 훨씬 많이 포함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은 계열사와 1차, 2차, 3차 협력사들이 고구마줄기처럼 달려 있을 뿐만 아니라 거래 기업이 많아서 한 번 문제가 생기면 피해가 양산된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 부실이 급속히 전이되고 경제 전체에 충격을 준다. 요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우조선해양만 보더라도 자회사, 계열사, 협력사가 무려 113개나 되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무려 4조원이 넘는 신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어디 대우조선해양뿐일까. 다급해진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팔겠다는 기업이 쏟아져 나와 기업 인수ㆍ합병(M&A)시장이 역대 최대인 23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세 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대기업 집단이 내놓은 매물 가운데는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경우도 있지만 빨리 매각되지 않으면 그룹의 존망이 불투명한 경우도 있다.


대기업 집단의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금융기관으로 전이될 것이고 금융기관의 부실화는 멀쩡한 다른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외부에서 발생한 작고 사소한 사건만으로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경제절벽'이 갑자기 닥칠 수 있는 것이다.


설마 이런 일이 동시다발로 발생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 부실기업이 동시에 쏟아졌을 때 생사의 우선순위와 원칙을 어떻게 가져갈지, 구조조정을 누가 주도할지, 기업구조조정 관련법에 걸림돌이 없는지 등을 미리 검토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했던 것처럼 대형 부실기업의 경우 우량부문과 부실부문으로 쪼개어 부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우량부문은 지원해서 사모펀드(PEF)나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업구조조정 펀드에 인수시키는 등 각종 대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업 도산이 한꺼번에 일어나지 않도록 이미 부실 징후가 확실한 기업들부터 속도감 있게 처리해 나가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효율적이고 신속한 처리는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