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충남 부여에서 백제시대 사비기와 조선시대 전기로 추정되는 얼음창고(빙고)가 확인됐다.
부여군과 (재)백제고도문화재단은 지난 4월부터 발굴조사 중인 부여 구드래 일원(명승 제63호)내 유적과 부여 서나성(사적 제 58호) 유적에서 이 같은 빙고가 발견됐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들 유적지는 부여 부소산 백마강 나루터와 사비도성 서측 추정나성을 가리킨다.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부소산성, 정림사지 등을 포함하는 사비도성의 중요 지점이다.
조사 대상지 일대는 옛 관아가 있던 마을로 빙고재와 장승배기(鶴峴, 장승이 있던 곳), 구드래(큰 나라)등의 고유지명이 남아 있으며,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특수지형도와 1998년도 제작 지도에서도 빙고리(氷庫里), 빙고재로 기록돼 있다. 또한, 조선 후기(영조 연간~헌종 연간) 편찬된 '충청남도읍지(忠淸南道邑誌)'에 “현내면 빙고리는 관아에서 서쪽으로 1리(약 400m) 떨어져 있다(縣內面 氷庫里自官門西距一里)”고 기록된 점으로 보아 빙고가 존재할 가능성이 큰 곳이었다.
발굴 조사 결과 백제 사비기 빙고와 조선 전기 빙고가 발견됐다. 빙고는 얼음을 저장하는 장방형(長方形, 직사각형)의 구덩이와 얼음물을 내보냈던 배수로로 구성됐다. 백제 시대 빙고의 얼음저장 구덩이 규모는 7.2×4.7m이며, 깊이는 1.9m이다. 구덩이의 바닥은 중앙부가 낮아지도록 오목하게 조성했으며, 중앙에 배수로로 연결되는 T자형의 물 유입부를 조성했다. 배수로의 현존길이는 4.6m, 너비는 0.7m, 깊이는 0.7m이다. 배수로는 구덩이를 판 후 측벽을 세우고 덮개돌과 토기 조각을 넣어 밀봉하였으며 구덩이를 팠던 흙으로 배수로 상부에 다시 되메우기(埋土)했다. 조선 시대 빙고의 얼음저장 구덩이의 규모는 16.4m(확인 길이)×6.0m이며, 양 측벽에 장방형의 자른 돌을 쌓아 축조하였다. 배수로의 잔존 길이는 17.3m, 깊이는 0.4m이며 바닥석을 깔고 측벽석을 세운 후 덮개돌을 덮었으며, 내부는 물에 의한 점토와 모래가 켜켜이 퇴적됐다.
현재 유적의 잔존 규모를 통해 부피를 계산해보면 백제 시대 빙고는 약 48㎥, 조선 시대 빙고는 약 100㎥ 정도로 빙고 내부에 얼음을 가득 넣을 경우 15t 트럭으로 백제 시대 빙고는 최소 5차 분량, 조선 시대 빙고는 약 10차 분량이 필요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발굴된 백제 시대 빙고로는 한성 도읍기의 연기 나성리유적, 웅진기의 공주 정지산유적 빙고가 확인된 바 있다. 또한 조선시대 빙고는 앞서 홍성 오관리유적에서 목조빙고가 발견됐다. 문화재청 발굴제도과 관계자는 "백제시대 사비기 빙고로는 첫 발견이며, 이번에 확인된 조선시대 빙고는 조선 전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돼 18세기 이후 석빙고 형태로 변하게 되는 빙고의 변천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고 했다.
발굴성과와 관련 현장설명회는 12일 오전 10시 열린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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