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정치적 희생양' 맞았나?

경찰, 박 전 대표 성추행 의혹 주장한 곽모씨 명예훼손 혐의로 사전구속영장...1년 만의 극적 반전

박현정 서울시향 전 대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박현정(53·사진)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막말ㆍ성추행 논란이 1년 만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반전을 맞이했다. 박 전 대표는 일부 직원들의 폭로 후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을 '배후'로 지목한 바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박 전 대표가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해 온 서울시향 직원 곽모씨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곽씨는 2013년 9월 서울시향과 예술의전당 직원들의 회식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자신을 더듬으며 성추행했다고 주장하는 투서를 작성하고, 박 전 대표를 경찰에 고소하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곽씨 등 서울시향 일부 직원들이 '박현정 대표가 성추행ㆍ막말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투서를 작성한 것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사실무근이라며 경찰에 진정을 내면서 수사해왔다.

경찰은 곽씨뿐 아니라 시향 사무국 직원 등 30여명을 차례로 조사한 결과 곽씨의 피해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성추행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나오지 않음에 따라 곽씨가 있지도 않은 사실을 주장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 종로경찰서도 곽씨 등의 박 전 대표에 대한 성추행 고소 사건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박 전 대표에게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사무국 직원 17명의 폭로로 시작됐던 서울시향 사태가 극적 반전을 이루게 됐다. 당시 직원들은 박 전 대표가 직원들과의 회식 자리 등에서 성희롱·막말을 일삼았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가 조사에 나서 같은 해 12월23일 "성희롱과 폭언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발표했고, 당일 일부 직원들이 박 전 대표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결국 박 전 대표는 12월29일 사임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직원들의 주장에 대해 배후에 정명훈 예술감독이 있다고 느낀다"며 자신은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주장해왔다. 정 감독이 서울시와 재계약을 하는 데 자신이 걸림돌이 되자 일부 직원들을 동원해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한편 정 감독은 시로부터 억대에 이르는 항공료와 수백만 원의 숙박료를 부당하게 지원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