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복귀론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이 잇따라 손 전 고문의 복귀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사자 역시 그동안의 조심스러운 행보와 사뭇 다른 움직임을 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손 전 고문의 20대 총선 역할론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지만 복귀를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손 전 고문은 지난 4일 카자흐스탄 해외강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칩거하고 있는 전남 강진에 언제까지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강진의 산이 더이상 너는 이제 아주 지겨워서 못 보겠다. 나가버려라. 그러면은 그때는 뭐…"라고 언급했다.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기회가 되면 강진을 떠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손 전 고문은 약 1년 4개월 전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그는 "정치에서는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평소 생각"이라며 "오늘 이 시간부터 시민의 한사람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생활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전남 강진에서 지내왔다. 칩거에 가까웠던 그가 최근 들어 대외 일정을 조금씩 소화할 뿐 아니라 측근들 역시 최근 들어 저녁모임을 갖는 움직임을 재개하는 모양새다.
일단, 손 전 고문 측근 사이에서는 총선을 앞둔 복귀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총선 전망이 불안하다는 이유만 갖고 복귀의 명분을 삼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은퇴를 한 뒤 2년7개월만에 복귀를 했을 때도 여론의 역풍이 불었는데 손 전 상임고문 역시 은퇴번복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계를 은퇴했을 때 들었던 박수가 10이라면 은퇴를 번복할 때에는 100의 비판을 뚫고 나와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은퇴 번복을 위해서는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부딪혔을 때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대패하거나, 대선 후보군이 자멸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손 전 고문이 박수 받으며 등판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반면, 20대 총선 역할론은 손 전 고문의 과거 측근과 새정치연합 비주류에서 주로 제기된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손 전 상임고문이 직접 나서서 선거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손 전 고문이 여전히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만큼 이를 총선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을 두고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지도 체제 흔들기용(用)이라거나 총선 불쏘기개용(用)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외에도 과거 손 전 고문 복귀를 계기로 측근들이 일종의 '지분'을 요구하기 위해서라는 시각도 있다. 계파 수장으로서 손 전 고문을 내세워 측근들이 공천을 보장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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