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과 제품을 향한 중국ㆍ일본의 협공이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중국은 기술로 추격하면서 한국 기업의 입지를 좁히고 있고 일본은 엔저를 이용해 저가공습을 펴는 양상이다. 한국 제조업의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은 마침내 한국이 아성을 구축한 메모리 반도체 분야 진출을 선언해 치킨게임(출혈경쟁)을 벌일 태세다. 임박한 미국의 금리인상이 현실화하면 일본의 저가공세는 한층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와 기업의 정교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중국 국유 기업 칭화유니가 최근 약 11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한 것은 중국의 '기술 굴기'의 상징이자 한국 제조업이 도전받고 있음을 보여준 본보기다. 중국 기업들은 축적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자동차와 스마트폰 내수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제쳤다. 중국 기업이 그 여세를 몰아 한국이 세계시장의 70%를 장악한 반도체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지난해 6월 중국 정부가 21조원을 들여 반도체 산업을 키운다고 선언했을 때 이미 예견됐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의 60%를 소비하는 최대 시장이지만 해외 수입에 의존해 왔다. 칭화유니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낸드플래시업체 샌디스크를 인수하고 모리 설계ㆍSW 인력도 흡수하는 등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중국은 2030년까지 중국 메모리 소비량의 40%까지 국산화한다는 목표라지만 5년 내 한국 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산 반도체가 미래 한국의 위협이라면 일본의 저가공세는 당장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현재의 위협이다. 엔저로 달러표시 일본산 제품가격이 한국 제품보다 낮아지면서 우리의 수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어제 내놓은 '한일 제조업의 대중국 수출단가와 수출물량 변동'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14년 동안 공산품 2498개 품목 가운데 일본의 대중 수출단가가 한국보다 높은 품목은 2011년 1778개에서 2014년 1540개로 줄고 한국의 수출단가가 일본보다 높은 품목은 313개에서 459개로 늘었다. 이러니 한국 제품의 중국 수출에 제동이 걸리는 게 당연하다.
중국과 일본의 추격과 역습을 일거에 돌파할 '일도양단'식의 해법은 있을 수 없다. 전 산업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신사업과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한국 제조업의 마지막 자존심인 반도체는 연구개발(R&D)과 투자 측면에서 민관의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는 차세대 메모리 관련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규모 시설 투자로 응전하는 기업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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