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주택담보대출 중 아파트 집단대출의 증가 속도가 심상찮다. 지난달 시중은행권의 집단대출 증가액이 전달보다 30% 이상 늘며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신규 분양아파트 물량이 증가한 결과다.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이어질 분양 물량 증가세로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증가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NH농협은행의 지난달 집단대출 잔액은 85조803억원으로 한 달 새 1조7472억원이 늘었다. 이는 8월 증가분(1조2837억원)보다도 36% 더 늘어난 규모다. 집단대출은 분양 아파트나 재건축ㆍ재개발 아파트 입주자 또는 입주예정자를 대상으로 집단으로 취급하는 대출을 말한다. 대개 분양 계약 후 첫 중도금을 내는 시점에 집단대출이 이뤄지는데 분양 확정 후 2~3개월 무렵이다.
최근 집단대출의 급증세는 분양 물량 증가에 따른 현상이라는 게 은행권의 진단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총 16만3795가구(조합원 물량과 임대아파트 제외)가 분양됐는데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특히 아파트 분양 물량은 지난 3월부터 폭증했다. 2월의 경우 분양 아파트는 8001가구로 전년 동월보다 21.2% 감소했지만 3월 들어 2만8303가구로 74.40%가 급증했다.
지난 4월과 5월, 6월 역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0.2%, 49.5%, 78.1%가 늘었다. 4월 한 달 새 3조9112억원이나 줄었던 집단대출이 5월 7690억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후 6월과 7월에 각각 1조408억원, 7085억원씩 증가한 것도 그래서다.
문제는 분양의 급증세가 하반기 들어서도 꺾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이달 전국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10만8000여가구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이달 분양 물량의 집단대출이 시작될 연말께 가계부채의 위험수위가 최고조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이 시기엔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도 예고돼 있다.
미국 금리 인상 후 국내 시중 금리도 들썩인다면 분양을 받은 아파트의 입주 시점에 주택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아파트를 팔아도 은행 빚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분양했던 신도시 일부 아파트는 2011년 입주 때 가격 급락 사태로 집단대출 연체가 대규모로 발생하기도 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도 집단대출의 심사 강화 등을 통해 부실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전셋값 급등과 저금리 기조로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보이자 건설사들이 올해 분양 물량을 집중적으로 쏟아내고 있다"며 "내년 이후 부동산시장이 꺾인다면 지금 분양된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는 2~3년 후 부동산 가격 급락에 따른 연체 등이 생길 수 있어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지난 7월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비슷한 규모로 집행되고 있지만 집단대출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걱정"이라며 "시중은행에 집단대출의 심사 강화와 속도 조절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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