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 이사장 2006년 언론 인터뷰서
"인사권 잘못 행사하는 사람은 스스로 무덤 파는 것"
소신 발언 10여년 만에 부메랑 돼
홍완선 비연임 통보, '자충수' 둔 것이라는 의견 나와
'심기 불편' 보건복지부, 최광 문책 수위 고민 중…해임 건의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인사권을 잘못 행사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것입니다."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은 2006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장 자리에서 물러난 지 2년여 만이었다. 최 이사장이 지목한 '인사권을 잘못 행사하는 사람'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참여정부 당시 최 이사장은 청와대에서 사퇴 압력을 받아 강제 퇴진했다고 주장했다.
이때의 사실 관계를 떠나 최 이사장의 발언은 부메랑이 됐다. 최근 그가 인사권을 잘못 행사한 기관장으로 낙인찍힌 것이다. 여론은 최 이사장이 스스로 무덤을 팠다는 데 힘을 싣는 분위기다.
최 이사장이 국민연금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안팎의 만류에도 단독으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연임 불가 통보한 것을 두고 이 같은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장의 임면권을 가진 보건복지부는 수차례 홍 본부장의 비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했으나 최 이사장은 결국 연임 불가를 택했다.
이를 두고 최 이사장이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객관적 실적 평가에서 연임을 불가할 만한 뚜렷한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사적인 감정이 앞서 내린 결정이란 이유에서다. 최 이사장이 홍 본부장과의 껄끄러운 관계라는 것은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도 파다하게 알려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평가는 수익률이 첫 번째 잣대다. 홍 본부장은 지난해 사상 최저금리 여건 속에서도 5%대 기금운용 수익을 올렸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5.3%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4.2%였다. 조직이나 투자 체계 개편에서도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 이사장이 '연임 불가' 카드를 꺼낸 것을 '공멸' 전략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많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최 이사장 입장에서는 홍 본부장이 연임할 경우 먼저 짐을 꾸리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였을 것이란 견해다.
최 이사장도 홍 본부장에 연임 불가 통보를 하는 데는 고민이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기정사실화했던 연임을 막을 명분이 약한 데다 둘 사이의 불화설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게 국민연금 안팎의 풀이다.
일각에서는 최 이사장이 7개월 여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임까지 각오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 본부장을 먼저 주저앉히고 스스로도 물러날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것이란 얘기다.
국민연금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최 이사장에 대해 문책 차원에서 해임 건의를 하고 대통령이 재가할 경우 홍 본부장 연임 불가 결정은 철회될 수도 있다"며 "공단 운영은 물론 기금 운용에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