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늘 기자의 게임史 들춰보기
② PC 패키지 게임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1980년대가 오락실 시대라면, 1990년대는 PC 패키지 게임 시대라 할 수 있다.
1992년 가이낙스의 육성 시뮬레이션 '프린세스 메이커'를 시작으로 일본 게임이 한글화 과정을 거쳐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중 코에이의 '삼국지'와 '대항해시대' 시리즈는 90년대 PC 패키지 게임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명작 게임이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에 전략을 펼치는 재미까지 가미됐다.
특히 대항해시대2와 삼국지3는 아직까지 마니아층이 존재할 만큼 최고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국지3은 오락실 게임으로도 등장했는데, 100원을 넣으면 10분 동안 게임을 할 수 있었다.
국산 게임에서는 역할수행게임(RPG)장르가 두각을 나타냈다. 1994년 손노리에서 제작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당시에 개발하기 어렵다고 평가받았던 RPG로 1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국내 RPG의 장을 열었다.
이듬해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은 방대한 스토리와 수준 높은 그래픽으로 국산 게임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후 RPG는 방대한 콘텐츠 때문에 불법 복제가 어렵고, 열혈 팬층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8년 블리자드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스타)'가 출시되면서 국내 게임 시장이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한국 게임사를 스타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스타는 단순한 게임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스타는 450만장 이상 판매되면서 단일 게임으로는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고, 'e-스포츠'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PC방과 초고속 인터넷의 확산에도 스타가 일조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스타의 등장만큼이나 국내 게임 시장을 뒤흔들었던 것은 1997년의 외환위기였다. 당시 수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도산했다. 게임사들은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게임 잡지에 신작 게임을 부록으로 끼워 팔기도 했다. 부록 게임 때문에 정품 구매 심리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게다가 '와레즈(Warez)' 등의 불법 공유 사이트가 늘면서 국내 PC 패키지 시대도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게임업체들은 불법 복제의 피해가 없는 온라인 게임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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