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성장둔화·AIIB 등과 경쟁 심화…통과 여부는 불투명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김용 세계은행(WB) 총재가 오는 9일(현지시간)부터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연차 총회에서 WB의 자본금 확대를 위한 로비를 벌일 예정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김용 총재는 WB 산하 개발도상국 지원 기구인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자본금을 현행 2530억달러에서 더 늘리는 방안을 주주들과 논의할 계획이다. 또한 WB 산하 극빈국 원조 기구인 국제개발협회(IDA)의 자본금을 더 공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레버리지 규제 등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FT는 신흥국 경기침체와 세계 경제 성장둔화로 자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WB의 자본금 증가 계획이 나왔다고 밝혔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포함한 경쟁 기구들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미국과 서방국 중심의 WB 내부에서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 실탄 확대 추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 총재는 FT에 "세계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들과 관련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자본금 확대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188개 회원국 중 상당수가 이같은 제안에 반대를 표시하고 있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행정부와 중국은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미 의회에서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WB 주주들은 이미 지난 2011년 한차례 자본금 확대를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IBRD의 2011~2017년 자본금은 870억달러 늘었고 선진국들은 IDA에 260억달러를 더 납입했다.
베르트랑 바드레 세계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세계은행이 구조조정을 통해 4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절감을 단행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 세계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재원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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