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국가연구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사업목적과 동떨어진 중소기업의 수출정보 컨트롤 타워를 자처하며 엉터리 용역을 발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KTL이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글로벌 정보제공 종합시스템' 보고서에 따르면 시험평가 기관으로서 당초 설립목적이 무시된 사업에 8억6350만원의 용역비가 투입됐다.
KTL은 작년 7월 G미디어와 용역을 맺고 6개월간 '글로벌 정보제공 종합시스템' 사업을 추진했다. 10여명의 연구원이 참여해 개발한 중소기업 수출 융합컨텐츠는 고작 언론사 홈페이지와 세계 주요경제인 사진 등 누구에게나 공개된 자료에 불과했다.
2000쪽에 달하는 용역보고서 대부분은 중요 정보로는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세계 언론사 홈페이지 주소나 세계 중요 경제인을 소개하는 내용, 미국 중앙정보부인 CIA가 공개한 국가 팩트북(Fact Book) 정보분류 방법 등이 그대로 담겼다.
아울러 G미디어는 KTL로부터 용역에 들어가기 전부터 특혜를 받았다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 용역업체로 결정 5개월 전인 지난해 2월 이미 KTL 별관에 약 80㎡ 크기의 사무실을 무상 제공받고 있었다.
이 사업은 첫해 15억원, 2·3차년에 23억원씩 모두 61억원이 투자될 예정이지만 말썽을 빚으면서 모두 취소됐다.
J 본부장은 사업과정에서 경남 창원시 발령을 지시 받았지만 본사에는 지방근무를, 지방에서는 서울 출장을 처리하고 부당하게 수당을 챙기다 적발돼 징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원장이 면직되면서 경고의 가벼운 징계에 그쳤다고 박 의원은 밝혔다.
한편 KTL과 G미디어의 황당한 용역은 사업에 참여한 최모(34)와 김모(35)씨가 퇴직해 사회에 폭로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이들은 "용역사무실내 (간부들)사용 용어나 하는 행동들이 국정원 댓글부대를 연상케 했다"며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 사무실을 찾아오는 방문객 중 일부는 주변에서 국정원 직원임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등 필수장비는 아예 갖춰지지도 않았다. 컴퓨터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에 매월 210만원씩 1470만원이 책정됐지만 연구원들은 자신의 개인 노트북을 사용했고 연구원에 인터넷 전용선조차 제공하지 않고는 민원실 라인을 연결해 겨우 사용했다. 직원들은 와이파이를 이용한 공유기를 이용했다.
박완주 의원은 "KTL의 용역발주 과정과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가 연구기관이 용역발주 내용과 형식을 모르지 않는 만큼 베일에 싸인 의혹의 뒷그림자를 벗겨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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