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미국과 일본, 호주 등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는 12개국이 4일(현지시간) 대략적인 합의에 이르렀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5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초부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거대한 환태평양 경제권이 본격 출범할 예정이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일본 경제재정상은 이날 현지에서 "의약품·유제품·자동차 원산지 규정 문제와 관련해 큰 진전이 있었다"며 "각료회의를 열고 대략 합의를 발표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미 오버비 미국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도 "이날(4일) 중으로 합의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완벽한 합의는 아니지만,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합의를 통해 12개국은 내년 초 TPP협정에 정식 서명하며, TPP는 향후 각국의 비준 절차를 거쳐 발효된다.
12개국 장관은 지난달 30일부터 미국 애틀랜타에 모여 의약품·자동차·유제품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결과 대략의 합의에 도달했다. 가장 난항을 겪는 문제로 지적됐던 신약 특허 보호 기간의 경우 미국이 12년, 호주가 5년을 주장하며 대립했지만 밤샘 협상을 통해 결국 8년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유제품과 관련해서도 대폭적 시장 개방을 요구했던 낙농대국 뉴질랜드가 미국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리 재정상은 "뉴질랜드가 미국 등과 조정을 본격화하고 대략 합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12개국 경제 규모의 80%를 차지하는 미국과 일본의 협의에서는 일본이 수입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에 부과하는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인하키로 했다. 또 일본이 미국 쌀을 연 7만톤 수입하는 한편, 미국도 일본제 자동차 부품 품목 80%에 대한 관세(2.5%)를 철폐한다.
TPP는 이밖에도 총 31개 분야에 걸쳐 역내 규제의 투명화와 국유기업 우대정책 축소·폐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신약 특허와 저작권, 지역 특산품 브랜드 보호 등 지적재산권을 인정하고 노동자 보호·환경보호 등 자유무역협정(FTA)에 없는 다양한 규칙을 마련했다.
TPP는 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뉴질랜드 등 4개국이 맺은 FTA를 시작으로 2013년 7월에 일본이 참여함으로써 지금의 12개국 체제가 됐다. 지금까지 회의를 거듭해왔지만 신약 특허 보호 기관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체결이 미뤄져 왔다.
한편 합의 도중에도 수십명의 TPP 반대자들이 논의가 이뤄지는 웨스틴 피치트리 플라자 호텔 앞에서 시위를 계속했다. 이들은 신약에 대한 독점적 특허로 인해 제네릭(복제) 의약품 생산이 지체되는 것을 비판했다. 일부는 "TPP 합의를 멈추라"고 외치며 호텔에 진입하려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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