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단기 수익률만 바라보다가 좋지 않은 투자 패턴이 생길까 걱정입니다."
최근 만난 A 자산운용사 한 직원은 국내 증시의 큰 손, 국민연금의 투자 방식에 대해 설명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국민연금으로부터 1조5000억원 가량을 위탁 받아 운용중인데 두 달간 수익률이 좋지 않으면 뺀다고 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운용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이 직원은 "국민연금이 단기성과를 챙기니 회사 분위기가 장기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민연금 자금을 받는 다른 운용사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위탁사의 1년 펀드 수익률이 3영업일 이상 지속적으로 벤치마크 수익률을 4%포인트 밑돌 경우 1차 주의 단계로 신규자금 배정을 제한한다. 이후에도 계속되면 자금을 회수해 다른 자산운용사에 맡긴다. 단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마치 개미(개인투자자)처럼 단기 성과에 집착하고 있는 셈이다.
B자산운용사 직원은 "이렇게 되면 가격이 쌀 때 팔고 비쌀 때 사는 주식 거래의 최악의 경우를 맞을 수 있다. 한 번 이 패턴에 물리면 악순환을 벗어나기까지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좋은 주식은 사놓고 놔두면 오른다'는 식의 가치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단기 시황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의 '단기성과'에 대한 집착은 올 들어 심화됐다. 국민연금은 위탁사에 1년 수익률을 매일 보고하게 했다. 최근 보고 단위를 하루에서 매달 마지막 영업일에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꿨지만 업계는 이마저도 가혹하다고 평가한다.
돈을 맡기는 사람이 단기수익률을 보겠다는데 이를 운용하는 사람이 장기투자를 할 순 없는 법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자본시장도 발전하기 어렵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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