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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대 유물' 남북 동시전시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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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만월대 유물' 남북 동시전시 들여다보기 발굴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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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옛터'란 노래를 아는가. "황성옛터에 밤이 드니 월색만 고요해/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아 외롭다 이 내 몸은 그 무엇 찾으려고/끝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어 있노라." 이 노랫말의 황성옛터를 신라의 수도 경주(慶州)로 아는 이도 있으나, 이는 고려의 만월대를 가리킨다. 일제시대인 1928년 조선 악극단 '취성좌' 단원들이 만주 공연을 마치고 개성에 와서 비가 내려 여관에 머물 때 지은 노래라고 한다. 전수린이 바이얼린을 잡고 즉흥적으로 연주한 뒤 오선지에 옮겼고 왕평이 가사를 붙였다. 이들은 서울로 돌아와 극장 '단성사'에 선 당시 18세 가수 이애리수에게 이 노래를 주었다. 연극 공연의 막간에 불려진 '황성옛터'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축축하게 만들었다. 이 노래는 식민지의 서러운 심사를, 폐허가 된 고려 만월대에 감정이입하여 당시의 대중을 뒤흔들었고 그후 지금까지도 애송될만큼 불후의 명곡이 된다.


 만월대(滿月臺)는 북한 지역에 있지만, 한반도 통일 역사의 중요한 페이지인 '고려'라는 나라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태조 왕건이 집권2년차에 여기에 대궐을 짓기 시작했고, 고려 말기 공민왕 때 홍건적의 침입으로 불에 탄 이후 복원되지 못한 채 폐허 속에 허물어져 있다. 우리는 만월대에 대해 잘 모르듯, 고려에 대한 지식 또한 빈곤하다. 오죽하면 누구나 고려를 알지만 아무도 고려를 모른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고려는 삼국시대의 개방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적인 교류에 힘써 글로벌한 의식과 문화적 저력, 그리고 국가적 자존심을 지녔던 당당한 '통일국가'였다. 우리가 고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들부터 만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고려와 대한민국 사이에 끼어있던 '조선'이라는 필터 때문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고려를 멸망시키고 건국한 조선은, 고려의 약점과 역사적 과오들을 강조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체성과 글로벌 정신, 그리고 창의적 문화의 정수를 들여다보면 고려가 그리 만만한 국가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고려의 유적과 유물은, 지금 대한민국이 지향해야할 미래 정신과도 부합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만월대'는, 비록 분단 상황 속에서 자부심을 온전히 누릴 수는 없지만, 우리 겨레의 통일국가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의미있는 유적이 아닐 수 없다.

 남북은 최근 롤러코스터같은 상황을 겪었다. 북측의 지뢰도발로 빚어진 일촉즉발의 전운(戰雲)과 극적인 마라톤협상은, 결과적으로는 다행한 일이었지만 우리가 여전히 잠정적인 휴전 상태에 있을 뿐임을 느끼게 했다. 이런 가운데 문화 분야에서 일궈낸 남북한의 동행 무드는, 역사적인 자부심의 공감대를 넓히는 획기적인 전기(轉機)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고려라는 통일국가를 조명하는 전시인 만큼 상징성도 풍부하다. 10년의 끈질긴 노력(2005년 남북공동학술회의에서 우리 측이 공동발굴을 제안한 이후에 이룬 성과다)이 남북이 즐기는 행사로 결실을 맺은 셈이다. 물론 아직도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상황이라, 문화적으로 이제 돋아나는 약한 싹이 일시에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는 없다.


 이번에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것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만월대 서쪽에 있는 개성첨성대이다. 비록 천문관측 기구를 올려놓았던 축대만 남아있는 것이나, 고려의 과학기술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는 중대한 문화재이다. 충렬왕 때인 1308년 태사국과 사천대를 통합해 서운관(書雲觀)을 창설했다는 기록이 보이는데, 이때 서운관은 천문 관측을 포함한 '기상청'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었다. 물론 개성첨성대에서 천문관측을 위한 기구를 사용하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별의 위치 관측 기록이 '고려사(高麗史)'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구조물의 5개 지주(支柱) 가운데 1개가 그 중앙을 받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측 장비가 그 중앙부에 놓였을 가능성이 크다.

 만월대는 개성 시내 서북쪽 송악산의 비스듬한 경사에 자리를 잡고 있다. 만월대는 고려 궁궐의 명칭이 아니라, 궁궐터를 가리키는 말로 조선 건국 이후에 붙여진 명칭이라고 한다. 폐허가 된 궁궐을 보니 사람은 간데 없고 달빛만 가득 차 있다는 의미로 보기도 하고, 그 지형이 보름달 모양이라서 그렇게 불렀다고 하기도 한다. 조선 태종의 어린 시절 스승이었던 원천석은 새 왕조에서 벼슬을 하지 않고 숨어살았는데, 그가 이곳에서 와서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라는 시조를 남겼다. 이때 쓰인 만월대는 명칭이 아니라 달빛이 가득 찬 누대라는 의미로 보인다. 달빛은 물론 고려의 찬란했던 인재들의 은유이기도 하다. 만월대에는 많은 전각이 있었는데, 정전(正殿)으로 회경전과 건덕전, 임금이 거처하는 궁전인 편전(便殿)은 선정전, 문덕전, 그리고 원덕전이 있었다. 왕의 침실과 서재, 왕비의 거처가 있었던 내전(內殿)은 만령전, 중광전, 연영전, 명경전, 응건전, 장령전, 곤성전 등이 있었다. 이 외에도 왕자가 기거하는 동궁전들이 있었고 제사를 모시는 다양한 건물이 갖춰져 있었다. 만월대를 가득 채웠을 건물들은 원천석의 리포트처럼 가을 풀잎들만 남았지만, 땅 아래 건물을 받쳤던 구조물들은 다행히 세월을 견디고 남아, 이번에 그 위용의 잔흔을 세상에 내보이고 있는 셈이다.


 광복 70년을 맞아 남북의 전시관에서 공개되는 만월대 문화재들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남과 북의 거듭되는 긴장 속에서도 통일의 기대감은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고려 문화재라는 민족 공유의 역사콘텐츠는 통일된 국가의 모델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인터아트채널의 김양수 대표는 20일 "남북에 흩어져 있던 문화재들이 비록 한 곳에 모이는 것은 아니지만 남북이 합심하여 동시에 공개됨으로써, 분단의 유물들이 이산상봉하는 감회가 있다"고 말했다. 또 "북측에서 발굴된 유물들과 남측이 제공한 디지털 기술이 시너지를 냄으로써, 과거와 미래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하나의 창의적인 모델을 제시했다고 본다"고 감회를 밝혔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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