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오스트리아-영국·동유럽 기싸움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난민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14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각료회의를 앞두고 독일이 취한 국경 통제 조치의 후폭풍이 거세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은 이날 EU가 추진중인 난민 의무 할당제 도입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메이 장관은 "난민들이 바다에서 죽음을 맞고 있는 현실은 유럽 이주 시스템 붕괴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특히 이런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EU의 (국경개방 조약인) 솅겐조약이고 영국은 이 조약에 가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유럽의 난민 문제가 영국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 1990년 체결돼 1995년 발효된 솅겐조약은 22개 EU 회원국을 포함해 노르웨이, 스위스 등 총 26개국이 가입해 있지만 영국과 아일랜드는 가입하지 않고 있다.
EU탈퇴를 주장하는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젤 파라지 당수는 "독일의 국경 통제는 솅겐조약의 실수를 스스로 깨달은 결과"라면서 "이 조약은 지속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독일은 전날 난민 유입 급증을 들며 국경을 일시적으로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스트리아 국경에서는 EU 시민과 유효한 여행 증명서 등을 소지한 사람들만 독일로 들어올 수 있게 됐다.
가디언은 독일의 돌연한 국경통제가 사실상 솅겐조약에서 이탈한 것을 뜻한다면서 이번 조치가 회담을 앞두고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다른 EU 회원국들에게 충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은 유럽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데다 지정학적으로도 9개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독일이 빠지면 솅겐조약이 무너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독일은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관련국과 논의 없이 시리아 난민 수용 방침을 밝혔고 인도적 대응을 했다는 찬사를 받았지만 결국 수습불가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독일은 솅겐조약 하에서도 예외상황에서는 국경통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조약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유럽 국가들이 EU의 난민 할당제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영국 역시 동참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의 국경 통제 조치가 나오면서 이날 열리는 EU 각료회의에서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EU 각료회의에서 난민 할당제에 대한 합의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할당제를 반드시 통과시키도록 할 것이며 이를 강하게 거부하는 회원국들의 경우 동유럽 국가들이 대부분의 혜택을 보고 있는 EU 펀드 지원 축소 등의 제재 부과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외무장관 출신으로 현재 국제구호위원회(IRC)의 위원장으로 있는 데이비드 밀리밴드는 영국 정부의 난민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EU는 난민 문제와 같은 인도주의적 참사를 인식하고 회원국들 간 분열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서 "모든 회원국은 책임을 공동으로 나눠야 하며 참혹한 중동지역에서 어렵게 도착한 난민들을 재배치하는 정책에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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