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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커지는 ELS 손실공포, 여전한 ELS 불완전판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1초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연 6%대 수익률에 6개월 단위로 조기상환 가능하구요, 원금손실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최근 한 시중은행 여의도 지점. 한 창구 직원은 60대 중후반의 주부로 보이는 손님에게 주가연계증권(ELS) 투자를 권하고 있었다. 홍콩 H지수 급락으로 ELS 투자자들의 불안이 높아지면서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선 게 엊그제다. 옆 창구에서 지켜보던 기자가 "요즘 같은 때 그렇게 ELS를 열심히 파느냐"고 묻자 직원은 "만기가 3년 후라 원금손실 가능성은 적다"고 답했다. 본인도 ELS에 투자했다는 설명까지 친절하게 곁들였다.

문제는 손님이 원금을 잃지 않으려는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는 점이다. 대화를 들어보니 ELS가 뭔지도 몰랐다. 예전에 중국 펀드로 원금을 크게 까먹은 적이 있어 이제 펀드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투자자 성향이 이런데도 창구 직원은 판매 수수료가 높은 ELS를 적극 추천한 것이다. 그것도 예ㆍ적금으로 돈 불리려는 고객이 주로 찾는 은행에서 말이다.


ELS는 엄연히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이다. 최근 원금손실이 확정된 종목형 ELS도 3년여 전 판매사들이 위험하지 않은 상품처럼 소개해 팔았다. 대안으로 나온 지수형 ELS가 안전하다고 했던 게 불과 6개월여 전이다.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미국 금리인상 우려, 중국 증시 급락 등 '주요 2개국(G2)' 변수로 글로벌 증시 전반이 불안정하다. 만기인 3년 후 증시가 회복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지난 2007년 6000을 돌파후 급락해 지난해말 3000선을 회복하기까지 3년 8개월이 걸렸다.


금융지식이 없는 투자자에게 ELS를 원금보장형 상품처럼 소개해서 파는 것은 불완전판매다. 더구나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말부터 ELS 불완전판매 점검에 나섰는데도 현장에서는 불완전판매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은 얼마 전 금융투자상품 투자권유절차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1시간 이상 소요되던 금융투자상품 가입 절차를 30분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내용이다. 투자자 설명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금감원은 설명을 줄이겠다고 나선 셈이다. 당국과 업계가 겉으로는 '투자자 보호'를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이에 역행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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