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골 권창훈, 레바논 원정 승리 주인공…대표팀, 월드컵 예선 3-0 승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겁 없는 막내 권창훈(21·수원)이 축구대표팀의 22년 묵은 레바논 원정 징크스를 깼다.
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레바논 시돈의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3차전 원정경기에서 레바논에 3-0으로 이겼다. 권창훈은 4-1-4-1 전형의 중앙 미드필더로 90분을 모두 뛰며 쐐기 골을 넣어 승리에 기여했다. 후반 15분 기성용(26·스완지시티)의 패스를 받아 벌칙지역 정면에서 상대 수비수 유세프 모하메드(35)를 등지고 오른발로 터닝슛 해 승부를 매듭지었다. 라오스와의 홈 2차전(3일·8-0 승·2골)에 이은 두 경기 연속골로 국가대표 다섯 경기에서 세 골을 몰아쳤다.
레바논의 추격의지를 꺾은 두 번째 골도 권창훈이 유도했다. 장현수(24·광저우 부리)의 페널티킥 선제골(전반 22)로 앞선 전반 26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문전으로 연결한 패스를 구자철(26·아우크스부르크)이 받아 골대로 향했다. 당황한 상대 수비수 알리 하맘(29)은 공을 급히 걷어내려다 자책골을 기록했다.
한국이 레바논 원정에서 승리한 건 1993년 5월 11일 열린 1994 미국월드컵 1차 예선(1-0 승) 이후 22년만이다. 최근 세 차례 원정경기에서 2무1패로 고전하다 우위를 재확인했다. 권창훈은 "레바논 원정이 어렵다고 들었지만 경험 많은 형들이 조언을 해줘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권창훈은 대표선수 스물세 명 중 골키퍼 김동준(21·연세대)과 함께 나이가 가장 어리다. 중국 우한에서 지난달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 선수권대회(EAFF 동아시안컵)를 통해 국가대표로 데뷔했다. 중국(2-0 승), 일본(1-1 무), 북한(0-0 무)과의 경기에 모두 출전해 우승에 힘을 보탰다. 상대 수비수 두세 명을 따돌리는 빠른 돌파와 과감한 슈팅,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61·독일)의 눈도장을 받았다. 기성용, 구자철, 이청용(27·크리스털 팰리스), 손흥민(23·토트넘)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합류한 명단에서도 재신임을 얻은 이유다.
소속팀에서 입지도 탄탄하다. 우선지명으로 2013년 프로에 입단해 3년차를 맞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스물여섯 경기에 나와 일곱 골을 넣었다. 슈팅(44개)과 유효슈팅(골대로 향한 슈팅·29개) 모두 팀 내 1위다. 서정원 수원 감독(45)도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다. "대표 선수가 되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훈련과 경기 외에는 좀처럼 한 눈을 팔지 않는다. 성실하고 몸 관리도 철저하게 한다"고 했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노리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에서도 권창훈이 주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어린 선수임에도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 슬럼프가 오더라도 계속 믿음을 주겠다"고 했다. 기성용도 "대표팀에 활력을 주고 있다. 경험을 더 쌓는다면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3연승(승점 9)한 대표팀은 쿠웨이트(승점 9)에 골득실 차(한국 +13, 쿠웨이트 +12)로 앞서 조 선두를 지켰다. 다음 달 8일에는 원정에서 쿠웨이트와 4차전을 한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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