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금은 잊혀져 가는 것 중 하나가 '타진요 사태'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앞 글자를 땄다. 미국 명문대를 나온 힙합 가수 타블로의 학력이 위조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20만명까지 불어났다. 이 회원들은 2010년쯤부터 '왓비컴즈'라는 이름의 네티즌의 선동에 몰려 타블로의 학력 위조 의혹을 4년여간 집요하게 제기했다. 타블로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아버지, 형, 누나, 어머니의 학력ㆍ경력 위조 의혹까지 들춰내는 등 '취재력'이 뛰어났다.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마치 타블로와 그의 가족들의 신상을 파헤치는 일이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도 되는 양 끈질기고 집요했다. 보다 못한 한 방송사가 2010년 11월 미국 현지에 직접 가서 타블로의 대학 졸업 사실을 직접 확인해봤다. 그럼에도 이들은 믿지 않았다. 법원 공증을 거쳐 제출된 졸업증마저 조작됐다고 의심하며 온라인에 글을 전파했다.
결국 이 사태는 법원이 2012~2013년 초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된 일부 타진요 회원들에게 실형을 확정 판결하면서 종료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타블로와 그의 가족은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받았다. 암 치료 중이던 부친은 스트레스로 사망했고, 유명 영어 강사였던 형은 실직하고 말았다. 타블로 본인도 가수 활동을 한동안 못한 채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타진요 사태는 일부 네티즌들의 광기어린 행태와 악성 댓글 문화가 언제든지 정신병적 집단행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근본주의 테러범들의 광신과 다를 바 없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있다. 고학력사회의 집단 열등의식, 대중의 관음 욕구 등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온라인 시대를 맞아 루머에서 이어지는 사이버 괴롭힘이 전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특히 타진요 사태는 어찌보면 한 연예인의 안티 카페에서 나온 '뒷담화'가 사회 구조적 문제점들로 인화돼 '핵폭발'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전체 사회 각 구성원들이 돌아 보고 반성해야 할 일이라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언론의 무비판ㆍ무검증의 받아쓰기식 행태, 학벌 중시 사회 풍조, 특권층의 편법ㆍ반칙에 대한 불신ㆍ분노 등이 일부 네티즌들의 광적 집단행동과 만나 폭발한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철 지난 타진요 사태를 떠올리는 것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비슷한 행태가 재연되고 있어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씨를 둘러 싼 병역 비리 의혹 시비가 바로 그것이다. 타진요 사태처럼 공개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된 후에도 집요한 의혹 제기와 시비가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 2011년 박 시장의 보궐선거 당선 후 2012년 1월 의혹이 제기됐지만 2월22일 주신씨의 공개 MRI 촬영으로 검증이 끝난 사안이다. 사법기관에서도 결론이 났다.
그런데도 일부 의사 등 네티즌 집단들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주장을 사회적으로 예민한 사안이라며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온ㆍ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본인과 가족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하는 것도 타진요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아마도 이 사건도 결국엔 사법기관의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과 그에 따른 적절한 처벌이 있은 후에야 진정될 듯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자원 낭비나 당사자들의 피해는 어찌할 것인가.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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