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과거 위기와는 달라…과도한 공포는 금물"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25일(현지시간) 중국 증시가 4%대의 하락세를 보이며 3000선이 위협받고 있다. 전날 상하이지수가 8.5% 하락하며 촉발된 중국발 우려는 밤새 전 세계적인 금융혼란으로 번지며 글로벌 위기를 예감케 하고 있다.
때마침 미국의 금리 인상까지 예상되며 아시아 외환위기의 전조라 불리는 1994년 초 상황과 여러모로 닮은 것 같다는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르다.
경제전문가들과 외신들은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과도한 우려는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성장 부진에 증시 하락, 정책 혼란, 자금시장 경색, 부동산 시장 붕괴 등이 겹치며 발생할 수 있는 중국발 시스템 리스크가 과거와 같은 전 세계적인 대규모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1994년 1월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33% 평가절하했다. 한 달 뒤인 2월 미국은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했고 세계 경제는 충격에 빠졌다. 신흥국에서 해외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하면서 통화가치가 급락했고 증시는 주저앉았다. 이는 결국 멕시코를 시작으로 신흥국에 외환위기를 몰고 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이코노미스트들이 '패닉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발 위기가 여름을 지나는 태풍 수준에 그칠 것이며 결국 글로벌 경제가 정상궤도를 찾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신흥국의 달러 부채 비율 감소 ▲ 경상수지 흑자국 증가 ▲단기채를 갚을 수 있는 넉넉한 외환보유액 ▲저인플레에 따른 경기부양책 지속 ▲페그제 감소, 변동환율제 확산 등을 들어 과거 위기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1996~1997년에는 유럽이 통화 긴축을 시행했지만 지금 유럽중앙은행(ECB)이 역사적 양적완화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2000년 닷컴버블 때와 달리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 증시에서 고평가 논란도 일지 않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세계적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었지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대형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과 재무건전성도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리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위기는 '여름 매도세(summer sell-offs)'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일시적 자금이탈은 과거에도 있었으며 투자심리는 곧 회복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부정적 반응이 과장돼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탈리아 투자은행 유니크레디트의 에릭 닐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시장의 반응을 보면 투자자들이 마치 건강염려증(hypochondria)에 걸린 것 같다"면서 "작은 악재들이 겹치면서 예고에 없던 재앙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과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역사적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이번 미국 증시 조정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과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한 주에 5% 이상 빠졌던 사례가 1980년 이후 28번 발생했는데 바로 그 다음 주에는 지수가 평균 0.5% 상승했으며 이후 4주간은 1.65%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를 12주 이후로 확대하면 증시 상승률은 5% 가까이 된다. 그만큼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는 얘기다.
물론 예외도 있다.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때와 2008년 10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다. 당시 S&P500지수는 12주 동안 각각 20% 넘게 빠졌다. 하지만 중국 변수를 제외하면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고 고용·소비심리도 나쁘지 않아 이 같은 예외적 시나리오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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