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수 이사장은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한국거래소는 불과 8개월전만 하더라도 공공기관이었다. 지난해 공공기관 해제 이슈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일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당시에는 '불가능'을 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거래소 한 임원은 "당시 친분있는 금융위 인사들조차 '공공기관 해제는 절대 안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데는 최경수 이사장의 '뚝심'과 '현장경영'이 있었다. 3년간 해결되지 못했던 공공기관 해제를 취임 후 1년여만에 이뤄낸 것이다.
당시 최 이사장은 본인보다 행정고시 한참 후배인 금융위 실무급 직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까마득한 선배가 열성적으로 '공공기관 해제를 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와 실무급들도 코치를 해 줄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급' 따지지 않고 소통하고 협력하는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여곡절 끝에 올 초 공공기관 해제라는 묵은 과제를 청산한 뒤 최 이사장은 다른 목표에 착수했다. 바로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이 역시 만만찮은 과제였다. 코스닥본부 분리에 분개한 노조는 최 이사장에게 '물러가라'고 핏대를 세웠다. 지난 5 ~6월 두달간 그는 '민심을 잃었다'는 지적에도 거래소 지주사 전환을 밀고 나갔다.
최 이사장이 챙긴 현장은 이뿐만이 아니다. 상장기업 유치를 위해 광주, 대전, 대구 등 팔도를 다 돌아다녔다. '올해 코스피 코스닥에 200개 기업을 상장시키겠다'는 선언이 공수표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올해 휴가 때 이사장이 '사무실에 나와서 책만 볼테니 신경쓰지 말라'는 소리에 손사래를 치면서 아예 나오지 말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이는 휴일이든 휴가든 현장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최 이사장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현장형 리더'라고 평가받은 최 이사장은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행정고시 14회 출신으로 조세 분야에서 자타공인 전문가였다. 김천세무서 총무과장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재정경제부 조세정책과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등 세제ㆍ세정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05년 조달청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에서 물러난 그는 2006년 계명대 경영학과 부교수로 잠시 부임하면서 우리금융그룹 사외이사로 금융업계 행보를 시작했다. 이후 2008년 현대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4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관 출신으로서 정부와의 소통력과 증권사 경영 경험으로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덕분인지 2013년 9월 거래소 수장으로 취임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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