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지난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구 중 하나인 '익산 왕궁리 유적'(사적 제408호)에서 백제 사비기 왕궁의 부엌터가 확인됐다. 백제시대 왕궁 부엌이 발견된 첫 사례다.
전북 익산시 왕궁면에 위치한 '익산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武王, 600~641년) 재위 시절 경영된 것으로 알려진 왕궁성(王宮城)으로,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1989년부터 올해까지 26년에 걸쳐 연차 발굴 중에 있다. 연구소는 올해 이 유적의 서남편 일대(8300㎡)에 대한 발굴조사를 추진한 결과 백제 사비기 왕궁의 부엌터로 추정되는 동서 6.8m, 남북 11.3m 규모의 건물터가 발견됐다고 20일 발표했다.
건물지 내 타원형 구덩이에서는 철제솥 2점과 함께 어깨가 넓은 항아리 2점, 목이 짧고 아가리가 곧은 항아리 1점, 목이 짧은 병 2점 등 토기 5점과 숫돌 3점도 나왔다. 바로 옆 바깥에서는 철제솥 1점이 별도로 놓여 있었다. 또한 구덩이 옆에는 불탄 흙과 검붉게 변한 벽체, 다량의 숯이 바닥면에 깔려 있는 지점 두 곳도 확인됐다.
철제솥의 경우, 원형 돌기가 달린 바닥에다 어깨에는 넓은 턱이 있고 아가리는 안쪽으로 살짝 휘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이는 익산 미륵사지, 부여 부소산성, 광양 마로산성 등에서 출토된 통일신라 이후의 철제솥과 유사하다. 연구소 관계자는 "고대 백제계 철제솥의 변화양상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했다.
한편 익산 왕궁성에서 자리한 대형 전각 건물의 서남편에서는 서쪽 궁장을 따라 길이가 약 29.6m, 너비가 약 4.5m인 남북으로 긴 형태의 건물터 등 다양한 규모의 건물들도 확인됐다. 이와 유사한 구조와 배치 양상은 일본의 나니와노미야(難波宮, 난파궁), 아스카노미야(飛鳥宮, 비조궁) 등에서 나타나고 있어, 백제 궁성 축조형식이 일본에 전파됐음을 유추할 수 있다.
올해 발굴 이전까지 왕궁리 유적에서는 그동안 궁장(宮墻, 궁궐을 둘러싼 담장), 대형 전각을 비롯한 각종 전각 터, 금·유리 도가니가 발견된 공방터 등이 확인됐으며 인장 기와, 연화문 수막새 등 중요 유물 1만여 점이 출토돼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