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100세 시대, 연금테크가 答 ② 행복한 노후의 전제조건은
공적연금만으론 부족..사적연금으로 보완해야
연금저축·IRP로 세제혜택 극대화
[아시아경제 서지명 기자] 최근 노년층에서는 농담 삼아 노후생활을 대학에 비유한 '노인들이 다니고 싶은 대학과 다니고 싶지 않은 대학'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노후에 다니고 싶지 않은 대학은 서럽고 울적해서 공원에 다니는 서울공대, 동네 경로당에 다니는 동경대, 부부가 경로당에 나가는 부경대 등이다. 노후에 다니고 싶은 대학은 연금으로 세상 구경하면서 노년을 보내는 연세대, 고상하게 여행 다니는 고려대, 서로 위하며 강하게 사는 서강대, 건강하면서 국민연금으로 사는 건국대 등이다.
농담이라고 하기엔 노후에 닥칠 현실을 너무나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어 뒷맛이 씁쓸하다. 뭐니뭐니 해도 연금타는족(연타족)이 배우자에게도, 자식들에게도, 하물며 재혼시장에서도 인기라도 하니 연금은 노후에 가장 큰 버팀목이다.
◇ 기초연금 도입 1년..국민연금 500조 돌파
노인빈곤 문제 해결과 공적연금 기반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지난해 7월 도입된 기초연금은 일단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기초연금 도입 1년 만에 노인가구 소득은 늘고 빈곤율은 해소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연금 도입 전·후 노인가구의 소득은 전년 65만6000원에서 75만7000원으로 15.4% 늘었다. 상대빈곤율과 절대빈곤율도 각각 전년대비 4.1%포인트, 3.6%포인트씩 하락했다.
공적연금의 가장 큰 축인 국민연금은 지난달 기금 500조원을 돌파했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연금 수급자도 늘고 있는데 지난 5월 말 현재 362만명이 연금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의 평균 수급액은 34만원에 불과하다. '용돈 연금'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손성동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은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은퇴하기 직전 소득 대비 국민연금으로 받는 연금급여액 비율)은 현재 대략 30% 전후"라며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영위하려면 소득대체율이 60~70%가 돼야 한다고 하는데 30~40%가 부족한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베른하르트 에빙하우스(Bernhard Ebbinghaus) 독일 만하임대학 사회과학과대 교수는 "한국인의 노후 소득에 있어 공적연금이 여전히 지배적이지만, 은퇴연령이 늦춰지고 소득대체율이 2028년까지 기존 70%에서 40%로 낮춰질 것을 고려하면 사적연금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퇴직연금 도입 10년..양적성장 불구 질적성장 한계
급증하는 고령인구 등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으로 담보할 수 있는 노후소득은 한계에 달한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결국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으로 보완해야 하는데 이 역시 녹록지 않다.
지난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올해 도입 10주년을 맞았다. 퇴직연금은 지난해 적립금이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양적으로 급팽창했다. 이런 양적성장은 퇴직급여 제도가 법정퇴직금과 퇴직연금으로 이원화된 상황에서 이룬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세밀히 들여다보면 질적으로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적립금의 대부분이 안전자산에 잠자고 있는 데다, 수령할 때 대부분 일시금으로 찾고 있어 연금이라고 이름 붙이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 "퇴직연금, 가입대상 폭 확대..노후소득보장 기능 강화"
자영업자와 전업주부, 비정규직 임금근로자의 퇴직연금 미가입으로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퇴직연금 가입 적용비율은 20% 수준에 그치고, 영세사업장의 가입률(16%) 저조는 이른바 '퇴직연금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지난 3월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07조680억원으로 집계됐다. 원리금보장상품에 총 적립금의 92.1%인 99조2200억원이 투자됐고, 실적배당형상품에 대한 투자비중은 6.7%에 불과했다. 지난 1분기 중 연금 수급요건을 갖춘 55세 이상 퇴직자의 96.9%가 일시금으로 수급한 반면, 연금 수급자는 전체의 3.1%에 그쳤다.
개인연금도 마찬가지다. 10년차 가입유지율이 52%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입자 절반이 계좌를 중도 해지해 버린 셈이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은 "퇴직연금의 양적성장에도 내실화는 여전히 미흡하다"며 "가입 대상 폭 확대, 투자교육 강화 등 질적성장을 통해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사적연금 세제혜택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연금저축과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 적립금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가 올해부터 종전 4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다만 저축금액 중 400만원까지는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중 어디에 저축하더라도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300만원은 반드시 DC와 IRP와 같은 퇴직연금에 적립해야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서지명 기자 sjm070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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