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당선무효 위기에 처한 권선택 대전시장이 주변에서부터 부담을 줄여가는 형국이다. 지난해 6·4지방선거 당시 캠프 일선에서 활동해 온 총무국장과 회계책임자 등이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다. 권 시장은 지난달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 당선무효 여부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송경호 재판장)는 캠프 내 전화홍보원을 모집하고 이들에게 불법수당을 지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총무국장 임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임씨는 지난해 6·4지방선거 당시 캠프 관계자들과 공모해 79명의 전화홍보원을 모집, 선거가 끝날 무렵 이들에게 총 4600여만원의 수당을 나눠준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임씨는 지난해 8월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될 즈음에 돌연 모습을 감춘 뒤 9개월여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재판부는 “(임씨) 피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도주행각 등의 죄책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시하면서도 “다만 자수 후 본인이 저지른 잘못(범행)을 대부분 인정하고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임씨의 집행유예 선고에 앞서 회계책임자 김모씨는 지난달 대전고법(항소심)으로부터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는 1심이 선고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보다 형량이 감형된 결과로, 임씨의 법정증언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을 낳는다.
자수 직후 피고인 신분으로 증언대에 오른 임씨가 “회계책임자 몰래 불법 회계를 운용(수당지급 등)했고 필요에 따라 개별·간헐적으로 지시를 했을 뿐, 구체적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등으로 김씨의 혐의 대부분을 자신에게 덧씌우면서다.
일각에선 회계책임자의 감형된 형량을 두고 권 시장에 대한 엇갈린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김씨의 형량이 당선무효형을 빗겨가면서 권 시장 역시 일정부분 무게를 덜게 됐다는 ‘긍정론’과 이와 무관하게 권 시장 본인의 형량 자체가 무거워 회생이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론’이 대표적이다.
양분된 논리는 공직선거법(264·265조)이 당선자 본인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 회계책임자 등 ‘징역형 또는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을 때 당선을 무효화한다는 데 공통적인 뿌리를 둔다.
이는 1심 재판부가 권 시장과 김씨에게 모두 징역형을 선고했던 것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권 시장은 당선 무효형을 유지한 반면 김씨는 형이 줄어든 데서 나온 추론이기도 하다.
이와 별개로 김씨에 이은 임씨의 선고 결과가 권 시장의 부담을 줄인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임씨의 경우 권 시장의 당선무효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자수 직후 법정증언으로 김씨의 형량을 줄이는 데 일정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했고 불법선거운동 및 도주 혐의 등으로 열린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 등은 권 시장이 측근들로부터 갖는 부담을 다소간 줄일 수 있게 한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권 시장이 상고심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판세 분석이다.
한편 항소심에서 권 시장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달 26일 대전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태평양은 권 시장의 공직선거법 등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항소심 선고에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는 이유로 상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검찰은 28일 양형부당과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추징금 등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 대전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검찰은 권 시장과 김씨를 포함한 8명의 피고인 모두를 상고 대상으로 정하기도 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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