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日 'L투자' 대표서도 잘려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L투자회사까지 경영권 장악
주주총회 전 사실상 판세 기울어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오는 17일 개최된다. 그러나 이미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까지 경영권을 모두 장악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승기가 신 회장에게 기울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한국 롯데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 지분 72.65%를 보유한 L투자회사 대표이사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을 해임해 독자 지배체제를 완성했다. 지난 6월말 L투자회사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등재된데 이어 한달여 만에 두 회사 대표이사직에서 신 총괄회장을 모두 밀어낸 것이다.
한일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회사는 일본 롯데홀딩스로, 이 회사가 L투자회사들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L투자회사들은 한국 롯데 지주사격인 호텔롯데 지분을 70% 이상 갖고 있어 한국 롯데를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다. 따라서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을 해임하고 독자 대표이사가 됐다는 것은 한일 롯데를 뼈속까지 장악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반격 카드도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신 전 부회장은 줄곧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내세워 승리를 자신해왔다. 롯데홀딩스 주총에 자신만만했던 것도 신 총괄회장을 따르는 오랜 직원들의 힘이 종업원지주회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는 광윤사이고 그 다음이 우리사주로 이들의 지분을 합치면 절반이 넘는다"며 "이들의 동의만 있으면 이사진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이 주요 일본 계열사에서 모두 해임됨에 따라 일본 롯데 경영진들이 신 회장 편으로 돌아섰다는 사실이 자명해졌다. 현 경영진 체제에 있는 직원들 역시 신 회장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그사이 종업원지주회 이사장 역시 쓰쿠다 다카유키 부회장 측 사람으로 교체돼 그와 손 잡은 신 회장에 유리한 형국이다.
17일로 예정된 주총 역시 한일 롯데 경영 투명성을 이유로 신 회장이 소집한 것이다. 신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안과 일본 롯데 지배구조 개편안을 상정했다. 신 총괄회장의 명예회장 추대 안건은 정관변경이 필요하지 않은 사안이어서 빠졌다. 모든 상황을 신 회장이 이끌어가고 신 전 부회장이 쫓아가는 꼴이다. 신 전 부회장은 당초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안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잠잠하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지분 3%를 모아 이사 해임안을 긴급 상정하고 표 대결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을 제외한 임원 지분과 종업원지주회 지분이 모두 신 회장 우호세력이라고 가정하면 하나마나한 대결이라는 것이 재계 분석이다.
이번 주총에서 일본 롯데 지배구조 개편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이 무사 통과되면 신 회장의 원톱 경영, 투명 경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일 롯데 지배구조 핵심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공동대표에서 신 총괄회장을 모두 밀어낸 만큼 호텔롯데 상장이나 순환출자고리 해소 등도 신 총괄회장과 상의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호텔롯데 상장은 그룹 내에서 수차례 이야기가 거론됐지만 신 총괄회장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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