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공모주 펀드 위주로 환차손 우려…위안화 약세 헤지 수단 없어 손실 더 커질 수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중국 정부가 이틀에 걸쳐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에 나서면서 중국 펀드 투자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며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급락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여겨졌던 채권형 펀드 투자자들까지도 환차손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단행하면서 중국 공모주나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 위주로 환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 들어 중국 주식형펀드에서는 자금이 순유출된 반면 채권형펀드에 자금이 순유입되는 흐름이라 우려가 높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달러ㆍ위안 환율을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전일 위안화 가치를 하루 낙폭으로는 사상 최대 수준인 1.86% 절하한 데 이날 또 다시 1.62% 절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위안화 표시 자산인 중국 주식과 채권의 자산 가치는 가만히 있어도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했다.
공모주 펀드나 채권형 펀드의 환손실이 특히 우려되는 것은 주식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 절하를 통해 수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이끈다는 방침으로 이에 따른 증시 회복 가능성도 일부 기대된다. 즉, 중국 증시가 안정될 경우 주식형 펀드는 주가 상승을 통해 환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채권형 펀드는 상황이 다르다. 공모주 펀드도 중국 당국이 신규 기업공개(IPO)를 중단하면서 공모주 물량 자체를 배정받지 못해 대부분 채권으로 운용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펀드 대부분이 위안화 약세에 따른 헤지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 펀드에서 완벽하게 환헤지를 하려면 원ㆍ달러를 헤지한 후 다시 달러ㆍ위안을 헤지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국 펀드는 원ㆍ달러만 헤지하고 달러ㆍ위안은 열어두고 있다. 앞서 중국 당국이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현재 2%에서 향후 3%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위안화 변동에 따른 환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중국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장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를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펀드 수익률은 5월께만 해도 연초후 50% 이상을 기록한 상품이 많았지만 최근 평균 수익률은 3개월 -4.28%, 1개월 1.51%를 기록중이다.
박희봉 동부자산운용 상품전략본부장은 "중국 본토펀드 중 안정적으로 여겨졌던 채권형 펀드와 공모주 펀드 위주로 환손실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전일 위안화 절하에도 중국 증시가 약보합 마감해 주식형 펀드 또한 증시 상승에 따른 환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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