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최근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중국펀드 가입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연초후 50% 이상 급등했던 중국 증시가 2주만에 30% 이상 빠지면서 지난 2008년 '반토막 중국펀드'의 데자뷔가 나타날까 우려하고 있다.
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 326개의 최근 한달간 평균 수익률은 -19.46%를 나타냈다(설정액 10억원 이상).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한 개도 없었으며 수익률이 -40%에 달하는 펀드들도 있었다. 연초 중국 증시 급등에 뒤늦게 중국펀드에 가입한 투자자의 경우 원금은 커녕 대규모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중국 증시가 최근 2주새 30~40% 가량 폭락하면서 중국펀드도 직격탄을 맞았다. 연초후 상하이종합지수는 50%, 선전종합지수는 100% 이상 급등하며 고공행진을 기록했지만 지난 2주간 각각 31.5%, 39.2% 폭락했다. 지난 8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초반 전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10%) 부근인 8.2%까지 하락하며 시장을 패닉상태에 빠뜨리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펀드 가입자들을 중심으로 2008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펀드는 2007년 한해 수익률이 80%에 달하며 묻지마 투자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2007년 10월 사상 최고점인 6100선에 진입한 상하이종합지수가 2008년부터 급락 반전, 2000선으로 붕괴되면서 중국펀드는 1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전문가들은 투자 시점 대비 수익이 난 경우에는 차익을 실현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펀드를 들고 버텨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펀드 평균 수익률은 연초후 8.57%, 1년 42.78%, 3년 43.12%, 5년 34.3%인 반면 한달 기준으로는 -20%에 가까워 투자 시점에 따라 성과 차이가 크다.
국내 운용사 중국펀드 담당 매니저는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시장의 패닉에 동참하면 결과는 손실 뿐이었다"며 "중국 증시가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받겠지만 3개월, 5개월 앞을 보면 서서히 회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 펀드를 환매하거나 시장을 빠져나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증시 밸류에이션은 현재 14배로 과거 10년 평균(15.7배)보다 낮은 만큼 내년에는 4200선을 회복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순자산의 5배까지 끌어들였던 신용거래 잔액 소화, 중국 정부 유동성 확대 정책, 금리인하 효과, 하반기 기업 실적 개선 등이 본격화되면 증시가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증시가 추가 하락하면 저점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연간 3500~5200선 구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3500 이하에서는 저가 분할매수 기회로 접근할 수 있다"며 "투자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3500선 이하는 디스카운트 구간으로 판단하고 있는 만큼 미디어, 제약 바이오, 정보기술(IT) 등 성장주 비중이 높은 펀드나 종목을 중심으로 분할매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의 대세 상승장이 꺾이면서 당분간 펀드별로 옥석가리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증시가 단기간에 급등했다가 확 꺾인 만큼 당분간 지수장보다는 종목별로 차이가 크게 나는 종목장이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어떤 종목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펀드별로 성과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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